화학·소재

"두 달 전 세계 1위 외쳤는데"…에코프로비엠 악재, 후폭풍은 [IT클로즈업]

김도현

- 공장 화재, 단기적 영향 미미할 듯…재가동 시점 관건
- 주식 내부거래 정황 포착…해외 진출 앞두고 연이은 악재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배터리 업계가 에코프로비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화재와 입건이라는 악재가 잇따른 탓이다. 국내 양극재 1위 기업인 만큼 중장기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고객사 삼성SDI와 SK온은 인명 피해로 인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화재 이어 입건까지 ‘엎친 데 덮친 격’=25일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21일 충북 오창 사업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CAM4 및 CAM4N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불이 난 CAM4N은 건축물 및 기계 장치가 소실됐다. 인접한 CAM4는 화재 조사로 인해 멈춰 섰다. 재가동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사고로 사상자 4명(사망 1명·부상 3명)이 발생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에코프로비엠 대표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설상가상으로 모회사 에코프로 이동채 회장을 비롯한 일부 임직원의 주식 내부거래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진다.

약 2달 전 에코프로 그룹 중장기 전략과 해외 생산거점 구축 계획 등을 발표한 바 있어 연이은 부정적 이슈가 더욱 뼈 아프다. 당시 이 회장은 “2016년 그룹 시가총액이 1600억원 내외에서 5년 만에 14조원 이상으로 성장했다”면서 세계 최대 양극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성장 가도는 단숨에 꺾였다. 지난 18일 코스닥 시가총액 선두로 올라섰으나 3일 만에 셀트리온헬스케어에 1위를 내줬다. 21일과 24일 각각 주가가 7.7%포인트, 4.7%포인트 하락하면서 2거래일간 시총 1조2200억원이 증발했다.

◆배터리 공급망 변화 이뤄지나=에코프로비엠이 생산하는 양극재는 배터리 핵심 소재다. 에너지밀도를 결정하고 배터리 원가 40% 이상을 차지한다. 이 회사는 오창 및 경북 포항 공장에서 만든 양극재를 삼성SDI와 SK온에 납품한다.

생산 차질을 빚은 CAM4와 CAM4N 생산능력(캐파)은 1만7000톤 규모다. 에코프로비엠 총 매출에서 각각 20.90%, 6.97%를 담당해 총 27.87%(약 2735억원) 수준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두 공장에서는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재를 제조하지 않는다.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소형 가전 배터리 등 양극재가 양산되는 곳이다.

피해 금액이 적지 않다. 보험에서 조업 중단에 따른 보상 일부를 만회할 수 있지만 공장 재건 비용, 잠재적 물량 축소 등을 고려하면 손해가 막심하다.

재가동 시기도 관건이다. 늦으면 늦을수록 손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열처리하는 소성로 등 주요 설비를 다시 세팅해야 하는 점, 고객사와의 라인 점검 등을 고려하면 정상 운영까지는 수주 이상 소요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통상 배터리 제조사는 3개월 내외 양극재 재고를 보유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SDI와 SK온에 당장 피해는 크지 않다는 의미다. 두 회사는 즉시 대안을 모색하기보다는 정밀 감식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일말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에코프로비엠 포항의 CAM5 및 CAM6 생산량 확대, CAM5N 조기 가동 등에 대책을 내놓았으나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업계에서는 삼성SDI와 SK온이 자체 소화 물량을 늘리거나 타 협력사 비중을 증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적 분쟁 휘말린 에코프로, 해외 진출 발목?=앞서 언급한 대로 수사당국은 에코프로비엠 내부자 거래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에코프로비엠은 2020년 2월 SK이노베이션(현 SK온)과 2조7000억원 규모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당시 에코프로 임직원이 자사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향후 다른 공시 관련해서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화재도 화재지만 더 큰 문제는 이 회장 등 입건 여부”라면서 “주요 임원이 송사에 엮이면 경영 일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12월 헝가리 데브레첸에 9700억원을 투입해 양극재 공장을 증설한다고 발표했다. 첫 해외투자 결정이다. 미국 등에도 신공장을 세울 방침이다. 그룹 차원에서는 전구체, 폐배터리 리사이클, 리튬 등 공장도 국외에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극단적으로 해외 생산기지 설립이 미뤄지면 고객사와의 거래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양극재의 경우 다년 계약을 맺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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