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매출 10조원 복귀"…SK하이닉스, 투자 전략 바꾼다
- 내년 시설투자액, 메모리 호황기 수준 회복 전망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SK하이닉스가 기지개를 켠다. 투자 전략을 ‘보수적’에서 ‘공격적’으로 전환한다. 실적 회복과 메모리 시장 기대감이 맞물린 결과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2022년 시설투자액(CAPEX)은 17조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2021년 추정치(11조5000억원 내외) 대비 약 50% 오른 수치다.
2019~2020년 메모리 시장이 부진하면서 SK하이닉스는 신중한 투자 기조를 유지했다. 지난해는 투입 금액이 10조원 미만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서버 및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증대했지만 자금 계획 변경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투자 확대 불씨는 지난 2분기 실적이다. 당시 3년 만에 매출액 10조원대를 복귀했다. 지난 3분기에는 매출 11조8053억원으로 사상 최대 분기 기록을 썼다. 영업이익은 2년 반 만에 4조원대를 회복했다. 메모리 수요와 가격이 동반 상승한 덕분이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도 시장 예상치(컨센서스)를 넘어서는 실적으로 전기대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지난 8월 ‘겨울이 온다’라는 보고서를 내놓는 등 메모리 고점론이 제기됐으나 반도체 제조사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이정배 사장은 지난 10월 ‘2021 반도체대전’ 기조연설에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이석희 대표는 여러 차례 메모리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경기 이천 M16(D램) 및 충북 청주 M15(낸드플래시) 팹 시설 투자를 단행했다. 이달 들어서는 주성엔지니어링 유진테크 에이피티씨 오로스테크놀로지 넥스틴 등과 연이어 장비 계약을 체결했다. 총 1000억원 이상이다. 내년 추산 CAPEX 17조원은 메모리 호황기로 불리는 2018년과 같은 수준이다. 제조 공정 향상으로 극자외선(EUV) 장비 등 고가 설비가 늘어난 점을 고려해도 작지 않은 규모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2022년 D램(152억달러) 및 낸드(206억달러) 장비 투자는 2021년 대비 각각 1%, 8% 확장할 예정이다. 역대급 투자가 단행된 올해를 넘어선다는 의미다. 반도체 조립·테스트 아웃소싱(OSAT) 하나마이크론과 오는 2027년까지 후공정 외주 계약을 맺은 점도 생산량 확대를 대비하는 차원이다. 통상 SK하이닉스는 메모리 패키징 및 테스트 물량 10~20%를 위탁한다. 이번 거래는 비중 확대보다는 전체 파이가 커지는 부분을 고려한 차원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분야에도 자금을 투입했다.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 생산 거점을 이전하는 작업이 마무리 단계다. 국내 청주에서 중국 우시로 옮겨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선다. 키파운드리 인수에는 5758억원을 사용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작년 말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기로 했다. 주요국 심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7개국 승인을 받았다. 중국만 남은 상태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적인 변수에도 SK하이닉스는 연내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일정이 내년으로 밀리더라도 인수에 차질은 없다는 입장이다. 당초 계획은 올해 말 인텔에 인수대금 1차분을 제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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