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데이(D-Day). 사전적 의미는 중요한 작전이나 변화가 예정된 날입니다. 군사 공격 개시일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엄청난 변화를 촉발하는 날. 바로 디데이입니다. <디지털데일리>는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 나름 의미 있는 변화의 화두를 던졌던 역사적 디데이를 기록해 보고자 합니다. 그날의 사건이 ICT 시장에 어떠한 의미를 던졌고, 그리고 그 여파가 현재에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를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퐁(Pong)’. 무척 간단한 이 단어는 전 세계에 어떤 의미로 알려져 있을까요? 바로 아케이드게임 및 상업용 게임 머신입니다. 11월29일은 아케이드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퐁이 개발된 날입니다.
퐁은 1972년 11월29일 아타리에서 출시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아타리는 이름만 보면 일본 회사 느낌이 나지요? 일본어에서 아타리는 바둑 용어 ‘단수’라는 뜻이기도 한데요. 그러나 회사는 미국 소재입니다. 아타리는 미국 비디오게임 개발사로, ‘바둑광’으로 알려진 창립자 놀란 부쉬넬(nolan K. Bushnell) 영향을 받아 지어진 이름이라고 하네요.
놀런 부쉬넬은 퐁 출시 전, 게임 제작을 위해 엔지니어인 앨런 알콘을 고용했습니다. 놀런 부쉬넬은 앨런 알콘에게 ‘마그나복스오디세이’ 속 탁구 게임에 착안해 게임을 개발하라고 주문했습니다. 마그나복스오디세이는 퐁보다 2개월 먼저 나온 세계 최초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이자 최초 거치형 콘솔 게임기입니다. 앨런은 그렇게 퐁을 개발해냈습니다.
퐁 게임 방식은 간단합니다. 먼저 두 명의 플레이어가 필요합니다. 화면에서 이리저리 튀어다니는 공을 바(Bar)로 받아서 다시 날려보내는 식입니다. 바 이동은 본체에 달린 노브(패들)를 사용합니다. 공이 상대 골대에 들어가면 1점을 획득합니다.
출시 당시 오락실이란 개념은 없었는데요. 퐁은 어떻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요? 바로 아타리가 같은 이름의 상업용 게임기를 사람이 주로 많이 모이는 곳인 주점 등에 설치했었다고 하네요.
한 주점에선 설치한 지 이틀 만에 고장이 났을 정도인데요. 사후서비스(AS) 센터를 가보니 동전 과다 투입이 고장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든 탓이지요. 이처럼 퐁은 미국 주점과 주차장, 쇼핑몰 등에 설치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아타리는 다음 해인 1973년, 텔레비전에 연결 가능한 ‘가정용 게임기 퐁’을 제작해 대성공을 거둡니다. 이는 세계 최초 가정용 콘솔 게임기이기도 합니다.
퐁은 한국 비디오게임 역사를 여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1975년 명동 미도파백화점은 가정용 게임기 퐁 국내 시판을 위해, 5층에 3대를 설치했지요. 이는 ‘컴퓨터TV’라는 이름으로 소개됐는데요. 당시 일반 가정 TV에 붙이는 형태로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됐다고 하네요.
다만 1970년대 한국은 TV가 보급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 게임기는 일부 부유층만이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1976년부터 전국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됐습니다. 유원지나 다방, 당구장 등에서 누구나 20원을 넣고 즐길 수 있도록 설치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퐁을 플레이할 수 있는 가게를 전자 오락실, 퐁을 전자 오락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1세대 아케이드 게임기이자 최초 아케이드 비디오게임인 퐁은 오늘로 49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그 사이 아타리는 뉴트로(New+Retro) 바람을 타고 휴대용 게임기를 선보이거나 게이머들을 위한 시설을 갖춘 아타리 호텔을 짓기도 했는데요. 퐁 명맥을 이어갈 아타리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