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취재수첩] ‘안전운행’ 마친 지스타, 안도에 그쳐선 안된다

왕진화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고 했던가. 지스타는 매년 개최될 때마다 ‘볼 게 없다’는 이야기가 따라다닌다. 올해도 그랬다. 어쩌면 내년도 그럴지 모른다. 국내 최대 게임쇼라는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는 대목이다.

지스타조직위원회(이하 지스타조직위)가 투트랙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이점을 잘 살리지 못했다.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된 지스타2021을 바라본 시선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위드코로나 속에서도 방역에 만전을 기해 별탈없이 잘 마쳤다’는 평가와 ‘전면 온라인 개최였던 지난해보다 더욱 볼 게 없었다’는 평가다.

후자에는 고질적으로 언급되는 국내 게임사 참여 저조와 해외 게임사 및 대형 신작 부재가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된다.

사실 지스타조직위는 예년 같은 오프라인 개최가 절실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매년 부산발전연구원이 발표하는 ‘지스타 경제효과 분석’에 따르면 지스타가 부산시에 끼치는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1500억원대, 고용유발 효과는 연간 2000명대 안팎이다. 가장 흥행한 해였던 2019년도에는 각 효과들이 해당 수준을 더 웃돌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가 발생했던 2020년은 부산시나 지스타조직위, 게임업체 등 모두에게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지스타TV’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개최는 코로나19 직격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되살렸다.

고유 시청자 수는 누적 85만명에 이르렀다. 가장 많은 오프라인 관람객을 기록했던 지스타2019는 24만명이었으니, 3.5배 이상이 다녀간 셈이다. 이는 지스타조직위에게도 고무적인 성과가 아닐 수 없었다. 이로 인해 게임업계에서는 지스타TV 비중을 전년보다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었다.

다만 올해 지스타TV는 지난해와 달라진 게 전혀 없었다. 참가사 콘텐츠 기반, 다양한 형태의 소개 프로그램 및 현장 스테이지 운영이 다였다. 관람객 부스(BTC) 참여사를 제외하고, 온라인으로 따로 관람객을 만난 곳도 없었다. 이 때문에 지스타TV가 온·오프라인 병행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차별점이 없었던 프로그램 구성 탓에 온라인 관람객은 평균 시청자 수 5000명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수준이다. 예년보다 하루 더 일찍 시작했지만, 이 또한 유의미하진 않았다. 고유 시청자 수는 개막식이 열린 첫날 13만7024명으로, 지난해 첫날 기록한 23만693명보다 10만명 가까이 줄었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 게임사 및 다수 해외 게임사 참여 불발은 코로나19 여파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던 결과다. 그렇다고 그 탓만 할 수는 없다. 지스타조직위가 기지를 발휘해 온라인 참관객들이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메타버스 공간을 조성하는 등 온라인 입지를 더 키웠다면 분명 많은 게임사와 후일을 도모할 반등 계기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볼 게 없다’는 말이 꼬리표로 끊임없이 계속된다면 이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차라리 게임 관련 상품(굿즈) 전시 규모를 온·오프라인에서 키우는 등 게임 팬 발길을 사로잡을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지금이라도 작은 규모로도 제 역할을 해내는 게임쇼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때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