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취재수첩] '신뢰 회복' 자율규제보다 게임업계의 책임이 더 중요할 때

왕진화
자율규제 강령 개정안 중 강화확률 예시 2.
자율규제 강령 개정안 중 강화확률 예시 2.
[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 27일 선포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강령 개정안'을 본 일부 게임 이용자들은 '(게임회사가) 안 지키면 그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자율'규제. 자율이 가진 의미가 규제 앞에 붙어 있으니 단어에서 오는 모순적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게임 이용자들은 확률 공시보다 지나친 사행성 아이템 지양 내용이 담긴 법적 규제와 자율규제가 조화롭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자율규제 강령 개정안을 살펴보면 그간 게임업계에서 통칭 돼왔던 '캡슐형 유료 아이템'(확률형 아이템)은 ▲캡슐형 ▲강화형 ▲합성형 '콘텐츠'로 이전보다 범위가 더 확대됐다.

또, 유료와 무료 요소가 결합된 경우 개별 확률을 이용자가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개된다. 강령 개정안은 참여사 시스템 마련 등을 위한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 12월1일부터 시행된다.

확률형 아이템은 올해 상반기 게임업계와 게임 이용자를 뜨겁게 달궜던 키워드였다. 이는 게임회사에게는 수익을 가져다주는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했지만, 게임 이용자에게는 밑 빠진 독이기도 했다.

지속적으로 논란돼 왔었으나 유독 올해 상반기에 확률형 아이템이 뜨거웠던 이유는 일부 게임회사들의 깜깜이식 확률형 아이템 운영이 밝혀짐에 따라 분노한 게임 이용자들 때문이었다.

불만을 품은 이들은 방관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게임 이용자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단합해 게임회사에 항의하고, 일부 게임회사는 백기를 들고 이들의 요구를 수용했다.

이렇듯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었던 개정 전 자율규제는 게임 이용자들의 게임회사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전날 선포된 자율규제 강령 개정안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논란을 말끔히 해소해 내겠다는 게임업계의 의지가 읽힌다.

사실 자율규제 개정안 시행으로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가 모두 공개된다고 해도 일부 게임 이용자들은 딱히 달라질 것이 없다고 보고 있다. 자발적으로 규제를 하겠다는 게임회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에서다. 또한 말도 안되게 뽑기 어려운 확률을 명시해도 과금할 사람은 과금을 하기 마련이다. 무·소과금 게임 이용자들에겐 크게 와닿지 않는 자율규제 개정안일 뿐이다.

오는 12월 개정안이 시행된다고 해도, 게임업계가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결국 자율규제는 입법을 통한 법적 규제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잃은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건 자율규제보다 게임회사의 대응과 노력에서 비롯될 것이다.

<왕진화 기자>wjh9080@ddaily.co.kr
왕진화
wjh9080@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