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최근 KT 통신장애로 인한 피해 배상이 부족하단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통신사의 과실로 통신장애가 발생해 이용자가 피해를 입을 경우 통신사가 이용자와의 협의를 거쳐 배상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양정숙 의원(무소속)은 이 같은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을 9일 대표 발의했다.
지난달 25일 KT가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무선 전기통신 서비스가 89분 동안 통신장애를 일으키며 소상공인을 비롯한 은행, 학교, 그리고 재택근무를 실시하던 근무자의 업무가 마비되는 등 전국적인 통신 장애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통신 장애는 KT가 야간에 진행했어야 할 ‘라우터 공급에 따른 절체 작업’을 인터넷 이용이 많은 오전에 진행함에 따라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정숙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KT 가입 회선은 ▲무선통신서비스 1753만 4618회선 ▲ 시내전화 998만2143회선 ▲초고속인터넷 943만2077회선 ▲인터넷전화 318만333회선 등 전체 회선 4012만9171회선 중 유선인 시내전화를 제외한 무선 회선 3014만7028회선이 통신 장애로 인해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통신3사의 약관은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거나 1개월 누적시간이 6시간을 초과할 경우,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시간에 해당하는 월정액과 부가사용료의 6배 또는 8배에 상당하는 금액을 기준으로 손해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사가 약관으로 마련한 6배 또는 8배인 배상기준은 피해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아 실질적인 피해에 대한 배상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양 의원은 지적했다.
이에 양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기간통신사업자가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매년 이용약관을 신고할 때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에 대해서는 반려하고,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의 중단으로 이용자가 피해를 볼 경우 손해배상의 기준을 이용자와 협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손해배상의 기준의 협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손해배상 기준을 마련해 협의를 권고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양정숙 의원은 “이번 전국적인 블랙아웃 사태로 인해 KT는 빠르게 배상안을 마련했지만, 일부 지역에서만 통신장애가 발생했다면 배상하려 했을지가 의문”이라며 “통신망 장애에 따른 배상은 통신사업자가 직접 마련할 게 아니라 이용자와 직접 논의를 통해 실질적인 배상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