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시험대 오른 카카오]④ 구글보다 더한 45% 수수료…‘기다무’의 배신

권하영
카카오가 일대 변혁을 준비한다. 골목상권 논란 사업은 접고, 업계와의 상생을 도모한다. 내수 기업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노린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플랫폼 갑질 비판에 대한 카카오 나름의 해답이다. 과연 카카오의 실험은 성공할까? 시험대에 오른 카카오의 남겨진 숙제와 가야할 방향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웹소설 작가로 데뷔하게 된 A씨는 최근 카카오 플랫폼에 작품을 연재하기로 했다가, 45%라는 예상치 못한 높은 수수료에 당황해야 했다. 심지어 구독자에게 인기가 많은 ‘기다리면 무료’(기다무) 프로모션을 진행하게 되면, 그만큼의 수익은 아예 정산받지 못하는 구조였다.

골목상권 침탈 논란을 빚은 카카오가 뒤늦게 상생안을 내놨지만, 근본적인 문제로 꼽히는 수수료 갑질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리운전이나 미용실 업계는 카카오 플랫폼을 거치면 최대 20~25%의 수수료를 물어야 하는데, 심지어 웹툰·웹소설 작가들의 경우 그 두배에 달하는 수수료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서 작품을 연재할 경우 플랫폼이 가져가는 수수료는 최대 45~50%에 달한다. 이는 동종 플랫폼인 네이버(30%)는 물론, 최근 인앱결제 강제 정책으로 국내외 할 것 없이 큰 비판을 받은 구글·애플의 앱마켓 수수료(30%)보다도 약 1.5배 많은 요율이다.

카카오 플랫폼에 작품을 연재 중인 한 창작자는 “(플랫폼이 가져가는) 기본 정산율은 30%지만, 카카오에선 MG(선인세)를 받는 조건으로 45%를 제안했다”면서 “MG로 받는 돈은 몇 달이면 차감될 수준의 액수였지만, 받지 않으면 작품 노출 빈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사실 작가에게 선택권이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특히, 카카오페이지의 대표 수익모델인 ‘기다리면 무료’(기다무) 프로모션을 진행하게 되면 수수료는 45%로 고정되고 작가에게 수익도 배분되지 않는다. 기다무는 일부 콘텐츠를 이용자가 12시간에 한번씩 한 회차의 무료 콘텐츠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인데, 이용자가 무료로 감상한 회차분의 수익은 정산되지 않는 것이다.

출판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는 이용자에게 계속 공짜로 작품을 보게끔 유도하고, 정작 그 비용은 작가에게 떠넘기고 있다”면서 “특히나 웹툰이나 웹소설 같은 문화 상품은 정가에 사고파는 인식이 중요한 건데, 카카오는 창작자들의 생태계에 대한 고민 없이 작가의 작품을 거저 쓰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카오가 작품 심사 기간을 지연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자회사 출판사와 다른 출판사들 사이에 차별 대우를 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의 심사 기간이 길어질수록 작가들은 카카오의 자회사 출판사로 몰림 현상이 뚜렷해지고, 나머지 출판사들은 유망한 작가들을 빼앗겨 기회를 잡기조차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지난 14일 이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카카오의 투자 자회사는 기다무 프로모션을 한달 안으로 제공하는데, 비투자 출판사들에 대해서는 심사 기간만 최소 6개월이 걸리는 등 차별 대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회와 정부당국이 이들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강력한 대처를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저작권 갑질’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카카오페이지 웹소설 공모전을 진행하면서 내건 ‘출품 작품의 저작권은 자사에 귀속한다’는 조건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지난 7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본사를 현장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최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직접 나서 진출 업계와의 상생을 강조했음에도, 각 계열사별로 누적된 사회적 갈등과 과도한 수익모델 추구가 여전히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본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표면에 드러난 것은 카카오모빌리티지만 실상 다른 계열사들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며 “카카오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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