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션

[딜라이트닷넷] 새단장한 윈도11, 써야 할까?

이종현
[IT전문 미디어블로그=딜라이트닷넷]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신 운영체제(OS) ‘윈도11’이 발표됐습니다. 전 세계 데스크톱 OS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윈도의 차세대 버전입니다. 2015년 윈도10 출시 이후 6년 만의 새 윈도입니다.

항상 그러하듯, 윈도11의 발표 전후로 여러 설왕설래가 이어졌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윈도10이 마지막 윈도 아니었냐’ 하는 내용입니다.

윈도10 발표 당시 MS의 개발자 임원이었던 제리 닉슨(Jerry Nixon)이 “윈도10은 윈도의 마지막 버전”이라고 말했습니다. MS의 공식 발표가 아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MS가 ‘윈도10이 마지막이다’라는 말을 부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MS는 이를 바로 잡을 시간이 6년이나 있었습니다.

다만 ‘마지막 윈도’ 발언은 어떤 의미에서는 지켜졌습니다. MS는 기존 윈도10 이용자들에게 무료 업그레이드 기회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대다수 윈도 이용자는 새 제품을 구입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윈도10을 사더라도 윈도11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워지는 윈도, 안드로이드의 직관성 담았다

새로운 윈도가 나온다고 해서 모든 이용자가 새 윈도를 써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윈도10의 기술지원은 2025년까지 이어집니다. 굳이 윈도11을 쓰지 않더라도 기존과 같은 환경에서 윈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MS는 이용자가 윈도11로 유입되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했습니다. 유저 인터페이스(UI) 변화를 통한 이용 편의성 증대, 게임 성능 강화 등이 대표적입니다.

MS는 윈도11에서 오랜 기간 유지해오던 화면 하단 작업표시줄의 좌측정렬을 버렸습니다. 애플의 ‘맥OS’를 떠오르게 하는 중앙정렬이 기본 옵션이 됐습니다. 기본 베이스 색도 검은색에서 흰 색으로 바꾸는 등, 시각적인 변화를 꾀했습니다.

윈도 로고를 누르면 열리는 시작메뉴의 변화도 눈에 띕니다. 윈도10에서의 시작메뉴에서 ‘윈도스러움’이 느껴진다면, 윈도11에서의 시작메뉴는 ‘안드로이드스러움’이 느껴집니다. 애플리케이션(앱)을 바로 켤 수 있도록 즐겨찾기가 개선됐는데, 폴더가 출력되는 등 다소 복잡했던 화면을 크게 개선했습니다.

제스처 기능을 추가하고 음성 인식·입력 기능의 강화도 밝혔습니다. ‘윈도는 키보드가 있는 PC 환경에서 쓰는 OS’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한 변화로 보입니다. Win+Tab 키로 이용할 수 있었던 ‘멀티윈도’의 활용이 쉬워진 점, 여러 기기로 하나의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쉬워진 점 등도 장점으로 꼽을 만합니다.

◆게이머가 윈도11을 써야 하는 이유, ‘게임 성능 향상’

윈도11이 여러 장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개발자가 아닌 일반 이용자의 경우 새로운 기능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제한적인 기능만 사용하는 경우 굳이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윈도에서 게임을 하는 ‘게이머’라면 다릅니다.

다수 게이머는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게임을 즐기기 위해 비싼 가격의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고,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대신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쓰며, 고용량 램(RAM)을 장착합니다. 조금이라도 성능을 높이기 위해 강제로 클록 속도를 높이는(오버클록) 경우도 흔합니다.

MS는 윈도11에서 장비 교환 없이 게임 성능을 높이는 ‘다이렉트 스토리지(Direct Storage)’ 기술을 적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스토리지(HDD, SSD)에서 CPU를 거쳐 GPU로 전달되는 기존 방식 대신 스토리지에서 GPU로 곧바로 접근하는 기술입니다. 5~10 프레임(Frame)을 높이기 위해 수십만원 이상의 비용도 쓰는 게이머들이라면 윈도11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밖에 오토 HDR(Auto High Dynamic Range), 엑스박스 게임을 윈도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게임패스’ 등도 게이머들이 기대할 만한 부분입니다.

◆높아진 진입장벽, M1으로 무장한 맥북의 성장이 변수

MS의 발표를 봤을 때, 윈도11은 윈도10보다 모든 면에서 나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윈도11을 무한 긍정하기에는 조심스럽습니다. MS가 윈도 미, 윈도 비스타, 윈도8 등 ‘실패작’을 내놓은 전례도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우려되는 부분은 호환성입니다. 대다수 윈도 이용자는 2015년 윈도10 출시 전까지 2009년 출시한 윈도7을 사용했습니다. 2012년 출시된 윈도8이 호환성 면에서 최악이라고 평가받았던 탓입니다.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이뤄지는 앱이라면 비교적 호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MS는 고객, 개발자 등이 추가 비용 없이 앱 호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앱 이슈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얼마나 개선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여전히 많은 기업·기관이 앱 호환성 때문에 구세대 윈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윈도11 설치 요구사양의 상승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MS는 램 4기가바이트(GB), UEFI 지원 바이오스(BIOS), 암호모듈 ‘TPM 2.0’ 등을 윈도11 최소사양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중 TPM 2.0의 경우 메인보드에 장착돼 있지 않으면 별도 모듈을 구매해 장착해야 합니다.

애플이 설계한 M1 프로세서의 등장도 MS를 긴장케 하는 요인입니다. 모바일·태블릿 시장에서 iOS가 안드로이드와 함께 시장을 양분하는 것과 달리 맥OS는 전문가 집단에서 주로 사용되던 OS였고, 윈도에 비해 점유율이 크게 뒤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출시한 M1 프로세서가 인텔, AMD 대비 높은 성능을 보이면서 애플 제품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습니다. 맥OS가 여전히 호환성 등의 문제를 안고 있지만, 윈도11에도 불안 요소가 있습니다. 윈도11의 호환성이 떨어지거나 TPM 2.0 등 때문에 새 기기를 구매해야 하는 이용자라면 M1 프로세서로 무장한 애플 제품의 구매를 고민할 수 있습니다.

당장에 윈도11의 흥망을 예견하기에는 재료가 부족합니다. 공개된 윈도11은 테스트용 빌드입니다. 테스트용 빌드에서 문제가 발견되더라도 정식 출시 때 개선할 수도 있습니다.

윈도11 출시는 올 연말로 추정됩니다. 6년 만에 새 버전으로 찾아오는 윈도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됩니다.

[이종현 기자 블로그=데이터 가드]
이종현
bell@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