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자산 규모 5조원이 넘는 쿠팡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단 동일인(총수)은 김범석 의장이 아닌 쿠팡㈜으로 판단했다.
29일 공정위는 쿠팡 포함 자산총액 5조원 이상 71개 기업집단을 내달 1일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된 회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기업집단현황 공시 및 주식소유현황 등을 신고해야 한다.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도 적용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공시대상 기업 집단 수는 총 71개로 지난해(64개)보다 7개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시장이 커지며 정보기술(IT)업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집단들의 성장세가 뚜렷했다는 설명이다.
쿠팡은 작년 한해동안 자산 총액이 3.1조에서 5.8조원으로 크게 증가해 공시집단으로 신규 지정됐다. 동일인은 쿠팡 회사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쿠팡은 내달부터 ‘총수없는 대기업’으로 분류된다.
공정위는 “창업자 김범석이 미국법인 쿠팡Inc를 통해 국내 쿠팡 계열회사를 지배하고 있음이 명백하지만 그간의 사례, 현행 제도 미비점, 계열회사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쿠팡㈜을 동일인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먼저 기존 외국계 기업집단 사례에선 국내 최상단회사를 동일인으로 판단해온 점을 근거로 들었다. 가령 에쓰오일과 한국GM 등은 최대 주주가 해외기업이라는 이유로 각 국내 기업이 총수로 지정됐다.
공정위는 현행 경제력집중 억제시책이 국내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외국인 동일인을 규제하기에 미비한 부분도 언급했다. 김 의장이 미국 국적자이기 때문에 설령 총수로 지정하더라도 제재 실효성이 적다는 설명이다. 또 동일인이 김범석 의장이든 쿠팡㈜이든 현재로선 계열회사 범위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공정위는 쿠팡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김범석 쿠팡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할지에 대해 숙고해왔다. 쿠팡은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지만 본사는 미국에 있다. 쿠팡 실질적 지배력을 갖고 있는 김 의장 국적 역시 미국이다.
당초 공정위는 쿠팡을 총수 없는 기업집단으로 지정할 방침이었지만 논란이 일면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공정거래법에 동일인에 대한 국적 기준이 없고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가 동일인이 된다는 법리 때문이다.
실제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상 동일인이란 ‘특정 기업집단 사업 내용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라고 정의하면서“김범석은 쿠팡Inc 지분을 10.2% 보유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76.7%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답한 바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쿠팡은 공정위가 처음 검토했던 대로 총수 없는 대기업이 됐다.
공정위는 “정책환경이 변화해 외국인도 동일인으로 판단될 수 있는 사례가 발생했으나 현행 규제가 국내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 당장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판단해 규제하기에는 집행가능성 및 실효성 등에서 일부 문제되는 측면이 있다”며 “이번 지정을 계기로 동일인 정의・요건, 동일인관련자의 범위 등 지정제도 전반에 걸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