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네덜란드 ASML이 호성적을 달성했다. 반도체 업황이 좋아지면서 고객사의 설비투자가 늘어난 덕분이다.
20일(현지시각) ASML은 1분기 매출액 43억6400만유로(약 5조8700억원), 영업이익 13억3100만유로(약 1조79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각각 전년동기대비 83.3%, 225.0% 상승했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1분기는 지난 실적 발표에서 제시한 전망치를 웃돌았다”며 “모든 반도체 분야에서 ASML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강해졌다.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고성능컴퓨팅(HPC) 등이 성장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ASML 실적에서 눈에 띄는 점은 한국과 대만 비중이 늘어난 부분이다. 통상 두 나라에서 70% 내외 매출이 발생했는데 지난 1분기에는 87%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와 TSMC의 장비 구매가 증가했다는 의미다.
양사는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라인에서 활용할 극자외선(EUV) 장비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해당 제품은 ASML 독점이다. EUV는 7나노미터(nm) 이하 선단 공정에서는 쓰이는 차세대 노광 기술이다. 최근 D램 제조 공정에도 도입돼 SK하이닉스까지 참전한 상태다.
EUV 장비는 1대당 2000억 내외로 고가다. 그만큼 만들기도 어렵다. 제작 기간은 24주 이상이다. ASML은 지난해 31대를 판매했다. 매년 관련 공장 증설 및 생산주기 단축에 나서고 있지만 물량 대폭 확대는 쉽지 않다. 올해는 40여대가 공급될 예정이다.
불화아르곤(ArF) 노광 장비 매출도 견조하다. ArF는 EUV보다 한 단계 아래 기술로 현재 가장 보편화된 파장이다. 주요 고객사에서 EUV 장비와 함께 다른 제품까지 같이 구매한 것으로 보인다.
베닝크 CEO는 “1분기 예약 매출은 47억유로다. 이중 23억유로는 EUV 시스템 관련 금액”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