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이트닷넷] '소비자보호'위해 '개인정보보호'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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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입법 예고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견 업체와 공정위의 갈등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공개하느냐 마느냐가 걸린 만큼 반대 여론이 강합니다.
논란이 되는 개정법의 요지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개인정보를 포기하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 개인간 거래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는 판매자의 이름·전화번호·주소 등을 공개토록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공정위는 “중고마켓 등 개인간 거래에서 판매자 연락두절, 환불거부, 사기거래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예방·구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입장입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곤 하나 이를 위해 중고거래를 하는 이용자 모두의 개인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것은 과하다는 비판이 거셉니다.
개정안으로 부각되긴 했지만 이와 같은 내용은 기존 전자상거래법에도 있었습니다.
전자상거래법 제20조에서는 통신판매중개업자가 구매자에게 판매자의 이름·생년월일·주소·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전달토록 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옥션, G마켓 등의 오픈마켓은 구매자에게 판매자의 정보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픈마켓에서 중고거래를 하는 경우 사업자가 아닌 개인의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상황입니다.
“옥션이 개인정보를 유출한다”는 비판까지 받았지만, 옥션 등 전자상거래 업체로서는 억울한 입장입니다. 법 개정으로 공정위가 강제력을 발휘해 개인 판매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하도록 강제했기 때문입니다. 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공개했지만 그에 대한 비판은 사업자가 감당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해당 법으로 인해 무차별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된다는 점입니다. 현행 법에 의해 오픈마켓 사이트서는 구매자에게 판매자의 개인정보를 제공 중입니다. 하지만 구매를 했다가 ‘취소’하는 경우, 그 정보는 계속해서 노출됩니다.
기자가 지난해 8월 20일, 올해 2월 5일 테스트 삼아 구매 후 취소한 상품 판매자의 개인정보를 9일 현재까지도 확인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하고자 한다면 수초 만에 수백, 수천명 이상의 개인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성명으로 성별을 추정할 수 있고 생년월일로 나이도 알 수 있습니다. 전화번호와 집주소까지 고스란히 공개돼 있기 때문에 심각한 피해로 비화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디지털데일리>가 공정위에 이와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던 당시 공정위는 “해당 내용을 숙고해 법 제·개정시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답을 내놨습니다. 그리고 5개월가량이 지난 지금, 과거보다 더욱 범위를 넓힌 법을 개정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다중이용시설 출입시 이름, 전화번호 등을 수기명부에 기입토록 하는 제도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적힌 개인정보를 악용하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결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는 수기명부 대신 전자명부 활용을 독려하고 수기명부에 이름 기입란을 없애고, 최근에는 전화번호 대신 ‘개인안심번호’를 기입하도록 하는 등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개선안을 내놨습니다.
직접 장소를 방문해 개인정보를 불법 취득할 수 있는 수기명부와 달리,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으로 인한 당근마켓 등은 피해 범위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200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공개되는 셈이라는 일각의 주장이 과할 수는 있으나, 광범위한 개인정보 유출이 있으리라는 것은 기존 전자상거래법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한창 성장하고 있는 산업을 죽인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습니다. 공정위는 “법 개정으로 개인간 거래의 신뢰도가 제고되고 자율적 분쟁해결 기능이 강화되면 오히려 개인간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지만 이에 동의하는 목소리는 찾기 어렵습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는 ‘타다 금지법’을 강행하면서 “여객운수법 개정안으로 모빌리티 산업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해당 법이 정당했나, 부당했나 등은 제쳐두고서라도, 타다 금지법이 통과된 이후 1년이 지난 현재, 모빌리티 산업은 정체된 상황입니다. 공정위의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타다 금지법처럼, ‘당근마켓 금지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개인정보위가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개인정보와 관련된 법 제·개정에 의견을 내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자연히 이번 전자상거래법 개정에도 개인정보위의 역할이 지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입법 예고된 법안에 대한 검토 요청은 아직 오지 않은 상태”라며 “우려되는 부분을 인지하고 있으며 면밀히 검토해 의견을 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종현 기자 블로그=데이터 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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