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온라인플랫폼 산업을 둘러싼 규제권한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온라인플랫폼법’의 칼자루는 방통위가 쥐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현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통신전파연구본부장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법 토론회’에서 해당 법안의 제정 필요성을 강조하며, 법 집행 주체로 방통위를 지목했다.
김현수 본부장은 “기간통신사업 중심의 기존 전기통신사업법은 온라인플랫폼 특성을 반영한 규범이 구체화되지 않았다”면서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해외 주요국 입법 사례를 참고해 온라인플랫폼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을 누가 만들고 집행해야 하는가를 살펴보면, EU는 행정부격인 집행위원회 산하의 정보통신총국이, 일본은 통신규제기관인 총무성이 담당한다”고 설명한 뒤 “우리나라도 전문 규제기관이 있다”며 사실상 방통위를 지목했다.
이는 최근 공정위가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방통위가 기존 전기통신사업법 및 전혜숙 의원이 발의한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법’과 중복된다는 우려를 나타낸 데 따른 것이다. 전혜숙 의원안은 전기통신사업법의 특별법 형태로, 방통위에 집행 권한을 부여한다. 반면 공정위안을 비롯해 공정위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의 김병욱·민형배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들은 공정위를 규제 주체로 삼고 있다.
그동안 공정위는 전기통신사업법의 경우 전기통신역무와 관련한 금지행위로서 전기통신망(설비) 이용에 대한 규제를 하는 것이지, 판매·거래를 통한 불공정행위를 규율하진 않으므로 중복 규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홍대식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개거래 역시 부가통신서비스”라며 “전기통신사업법이 통신매개에 대한 것이므로 거래매개 소관은 아니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해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거래행위이든 정보교환이든 상관 없이 통신매개형 전기통신역무로서 적어도 부가통신역무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관계부처간 유기적인 연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유향 국회입법조사처 기획법무담당관은 “플랫폼 산업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단일 법안으로 규제하기는 어렵다”면서 “중복 규제를 하지 않으려다 규제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향 담당관은 “각 부처에서 다른 기관을 건드리지 않으려 해도 현실적으로 여러 기관이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중복 규제라기보다는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고 유기적인 연계 체계를 마련해 적절하게 협의하며 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산업계에서는 온라인플랫폼법이 자칫 국내 기업에 대한 규제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해외 사례를 보면 유럽도 자국 플랫폼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 미국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에 대응하기 위해 규제가 나온 것인데, 우리나라는 미국 기업과 토종 플랫폼이 상호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사정이 다르다”면서 “플랫폼 산업이 소처럼 경작하면서 나름 멍에를 지고 있는데 거기다 족쇄를 채우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한편, 방통위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조만간 공정위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와 만나 부처간 중복규제 논란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원욱 과방위원장은 “온라인플랫폼법을 방통위에서도 공정위에서도 추진하고 있는데, 다음주 중으로 윤관석 정무위원장과 양 상임위 간사들이 모여 어떻게 가닥 잡을 것인지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