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이른바 ‘온라인플랫폼 규제3법’을 놓고 정부부처간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는 가운데, 과잉·중복 규제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간을 두고 면밀한 실태조사 바탕의 단계별 규제 적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9일 성일종 의원(국민의힘)이 주관하고 서강대ICT법경제연구소가 주최한 ‘온라인플랫폼 규제동향 이해와 입법대안 모색’ 세미나가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개최됐다.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이날 행사에서는 전문가들이 모여 최근 국회에 발의된 온라인플랫폼 규제3법을 중심으로 방향성을 논의했다.
해당 규제3법은 더불어민주당의 송갑석 의원과 전혜숙 의원이 각각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통신판매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온라인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외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추진 중인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이 꼽힌다.
그중 전혜숙 의원안은 전기통신사업법의 특별법 형태여서 규제 주체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를 지목하고 있다. 공정위와 방통위는 두 온라인플랫폼 규제법이 중복규제가 될 수 있다며 서로의 규제 권한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그러나 송갑석 의원안이나 전혜숙 의원안(방통위안)보다는 대체로 공정위안에 더 힘을 실어줬다.
발제를 맡은 김진우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온라인플랫폼에 대한 국가의 관여 내지 규제는 필요 최소한의 것으로 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이용약관의 특별의무를 지정하는 계약법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약관법을 주로 담당해온 공정위가 규제당국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진우 교수는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P2B)간 거래행위에 대한 유럽연합(EU)의 P2B 규정을 들어, 송갑석 의원안과 전혜숙 의원안을 과도한 규제라고 해석했다. 현재 유럽의 P2B 규정은 플랫폼 사업자의 약관 변경 및 입점 업체에 대한 경쟁 제한 권한을 인정하되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알고리즘을 비롯한 영업비밀은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김 교수는 “송갑석 의원안은 입점업체에 대한 차별 대우를 금지했고, 전혜숙 의원안은 자칫 알고리즘 공개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이 정도의 과도한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승민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논의되는 규제3법에서 가장 심각한 게 중복 규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정위가 공정거래법과 약관법 등으로 규제해온 것을 방통위가 유사하게 규제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면서 “방통위는 불법콘텐츠나 내용규제 필요성 차원에서 집중해야지, 시장거래질서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승민 교수는 그러면서도 “플랫폼 규제3법안은 일단 보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을 밝혔다. 법 시행에 앞서 면밀한 실태조사가 필요함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교수는 “실태조사에 따라 규제 우선 순위를 파악하고, 규제 수단 적정성을 검토한 후 단계별로 맞춤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컨대 송갑석 의원안은 실태조사에 대한 비용 추계를 연간 2500만원으로 책정했는데, 이런 대형 플랫폼 규제법을 만들 때 뒷받침하기에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시급히 규제해야겠다면 법안 일부 내용을 수정해 시행할 여지가 있는 것은 그나마 공정위안이 유일해보인다”고 언급했다.
세미나 토론자로 참석한 이동원 공정위 시장감시총괄과 과장은 “공정위의 온라인플랫폼법은 입점업체 보호를 위해 플랫폼 사업자의 계약서 작성 의무를 두는 정도로 최소한의 규제만 하고 있다”며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서는 기존 공정거래법을 차용하고 그 외에는 업계 상생을 꾀하는, 오히려 규제 완화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동원 과장은 “온라인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그동안 어느 정부기관도 담당하지 않았던 신규 업무를 누가 관할할 것인가를 두고 다투는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기존 공정위가 경쟁당국으로서 소비자법·공정거래법·약관법으로 담당하고 있던 것을 온라인플랫폼에 적용한 것으로, 전혜숙 의원안의 경우 방통위로 하여금 또 다시 공정위가 하는 업무를 다시 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