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인공지능(AI)과 5세대(5G) 이동통신 등으로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이 빨라졌다. 데이터 증가량을 메모리 공급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3일 SK하이닉스 차선용 부사장은 이날 온라인으로 개최된 반도체 컨퍼런스 ‘세미콘코리아2021’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데이터센터에서 필요로 하는 용량이 매년 15%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D램 2000기가바이트(GB), 낸드플래시 7억5000만GB 수준이다. 메모리의 수요와 공급이 역전된 이유다.
차 부사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언택트) 활동이 늘면서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 역시 메모리 증대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지난 2017~2018년 이후 두 번째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가 기점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1월 PC용 D램 DDR(Double Data Rate)4 8기가비트(Gb) 고정거래가격은 3달러다. 지난해 12월(2.85달러) 대비 5.26% 상승이다. 약 8개월 만에 가격이 오르면서 상승세를 예고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와 중국 등에서 메모리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메모리 호황을 대비하는 차원이다.
차 부사장은 메모리 사용량 증가에 따른 환경적인 요소도 고려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30분 동안 비디오 영상을 보면 1.6킬로그램(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며 “SK하이닉스는 메모리의 성능과 전력효율을 개선해 지국온난화 등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고대역폭 메모리(HBM:High Bandwidth Memory)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HBM D램의 최신 규격인 ‘HBM2E’ 양산을 시작했다. 일반 종이두께(100μm) 절반 수준으로 깎은 D램에 수천 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어 상층과 하층의 구멍을 수직 관통하는 전극으로 연결하는 TSV(Through Silicon Via) 기술을 적용한다.
HBM2E의 경우 칩 자체를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로직반도체 등에 마이크로미터(μm) 간격 수준으로 장착한다. 칩 사이 거리를 줄여,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였다. 기존 방식 대비 전력 소모를 50% 이상 줄였다.
한 단계 진화한 제품으로 울트라로우파워 메모리(ULM)도 준비 중이다. HBM 대비 4~5배 성능 개선이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차 부사장은 “최근에는 메모리 안으로 연산 기능을 가져온 AiM 등을 통해 궁극적으로 데이터와 연산 처리를 동시에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모든 것이 에너지 절약을 위한 과정이다. 이를 위해선 학계, 반도체 장치 업체, 메모리 제조사 등 분야별 협업이 필수적이다. SK하이닉스는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