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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요금경쟁 신호탄 쏜 SKT, 국회 ‘환영’…과기정통부, 복잡한 심경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SK텔레콤이 기존보다 30% 저렴한 LTE‧5G 요금제 총 6종을 정부에 제안했다. 지난 국정감사 당시 국회 요구에 화답한 것이다. 국회는 SK텔레콤 결정에 통신비 절감을 기대하며 환영했다.

이제 공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넘어갔다. SK텔레콤 요금제안을 받아들일지, 반려할지는 과기정통부 손에 달렸다. 중저가 5G 요금제는 바랐던 일이지만, 심경은 복잡하다. 자칫 알뜰폰 시장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그렇다고, SK텔레콤 요금제를 반려하면 일반 소비자 혜택을 키울 요금인하 경쟁의 신호탄을 정부가 앞장서 막아서는 셈이 된다.

◆30% 저렴한 LTE‧5G 요금제, 통신3사 요금경쟁 기대=29일 SK텔레콤은 과기정통부에 온라인 전용 LTE 및 5G 신규 요금제 출시 신고서를 제출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제출한 SK텔레콤 5G 요금제는 ▲9GB(3만원대) ▲200GB(5만원대) ▲무제한 데이터(6만원대) 3종으로 구성됐다. 기존 5G 요금제는 동일한 데이터 기준 월 5만5000원~8만9000원이다.

LTE 요금도 30% 낮아졌다. 새롭게 선보인 온라인 전용 LTE 요금제 3종은 월 2만원대~4만원대로 책정됐다. 월 2만원대 요금제는 데이터 1.8GB를 제공한다. 월 4만원대 요금제는 월 100GB 데이터를 쓸 수 있다.

온라인 요금제 6종은 마케팅비용 요소를 제외해 가격을 낮춘 무약정 기준인 만큼, 통신사 약정 고객을 대상으로 한 공시지원금 및 25% 선택약정할인 혜택은 받을 수 없다. 결합상품 혜택도 제외된다. 인터넷TV(IPTV), 초고속인터넷 등과 결합하고 25% 선택약정할인을 받고 있는 2년 이상 약정 고객 입장에서는 큰 혜택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복잡한 약정이나 결합 혜택이 필요 없는 1인 가구와 대용량 데이터 중심 2030세대 고객, 단말을 자주 교체하는 얼리어답터 등에게는 좀 더 합리적인 선택지가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KT에 이어 SK텔레콤까지 5G 중저가 요금제를 선보인 만큼, LG유플러스도 요금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KT는 월 4만5000원 ‘5G 세이브’와 월 6만9000원 ‘5G 심플’을 출시했다. 5G 세이브는 매월 5GB 데이터를 제공한다. 선택약정 25% 할인을 받으면 한 달에 3만 3750원만 내면 된다. 또한, SK텔레콤을 시작으로 통신3사가 온라인 전용 요금제 중심 새로운 경쟁체계를 형성해 통신비 절감 방안을 확대할 수도 있다.

◆약속 지킨 SK텔레콤…국회, 환영의 박수=온라인 요금제에 대한 요청은 지난 국정감사 때 등장했다. 지난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5G 요금이 비싸고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며, 온라인 전용 요금제 출시로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영상 SK텔레콤 MNO사업대표는 “SK텔레콤은 고객 친화적인 요금제 개편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요금제 규제(요금인가제) 대상이라 준비‧출시에 시간이 소요되는데, 늦어도 연말‧내년 초에는 가능하다고 본다.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SK텔레콤이 연내 중저가 요금제를 정부에 제출하며 약속을 지키자, 국회는 환영의 뜻을 전했다. 이원욱 과방위원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서 기업이 주도하는 고객 통신비 절감 정책은 매우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 위원장은 이번 요금제 출시를 위해 관계기관 간의 조율에 적극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이번에 출시되는 온라인 특화 요금제는 유보신고제 시행 이후 선보이는 첫 요금제다. 당국의 인가 없이 신고만으로 출시 가능한 요금제가 다수 등장하게 되면 경쟁으로 인한 요금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유보신고제로 인한 통신사 간 요금경쟁은 국민 통신비 절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상호 의원(더불어민주당)도 페이스북을 통해 “4인가족 기준으로 수십만원에 달하는 가계통신비는 향후 최대 30%가량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더는 매일 10만~13만원대 고가요금을 쓰지 않아도 된다”며 “국민들이 해당 요금제를 하루라도 빨리 이용할 수 있도록 과기정통부가 조속히 검토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힘을 보탰다. 같은 당 한준호 의원은 “이번 온라인 요금제 출시가 사회 구성원의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가계통신비 절감과 사업자 간 요금경쟁의 긍정적인 촉매제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SKT 묘수에 과기정통부 고민 “알뜰폰 어쩌나”=SK텔레콤은 정부와 국회가 줄곧 요구해온 5G 중저가 요금제에 대한 답변을 내놓았을 뿐 아니라, 온라인 요금제라는 돌파구를 통해 마케팅비용 감소를 꾀하고 커지는 알뜰폰 시장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까지 갖추게 됐다.

시장안정화 기조와 아이폰12 출시가 맞물려 자급제 시장이 활성화된 가운데, 알뜰폰은 성장세에 올랐다. 알뜰폰은 6개월 연속 번호이동시장에서 나홀로 순증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통신3사로부터 3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뺏어오며 올해 최대 기록을 세웠다. KT와 LG유플러스는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시장에 본격 진출했으나, SK텔레콤은 상대적으로 알뜰폰에 힘을 빼고 있다. 통신시장 1위 사업자인 만큼, 알뜰폰 시장지배력 전이 문제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마케팅비용을 줄인 온라인 전용 요금제를 통해 가격을 낮춰 통신비 절감 대책에 부응하고 알뜰폰을 방어하는 묘수를 찾았다.

그러나, 과기정통부는 알뜰폰을 고려하면 오히려 SK텔레콤 요금제를 마냥 반길 수 없다. 과기정통부 주요 정책 중 하나는 알뜰폰 활성화다. 이를 위해 과기정통부는 도매대가 인하부터 5G 도매제공 의무화, 알뜰폰 스퀘어 구축 등을 추진해 왔다. SK텔레콤 30% 인하 요금제가 알뜰폰 발목을 잡을 것으로 판단한다면, 해당 요금제 안을 반려할 수도 있다. 알뜰폰 1위 사업자 헬로모바일 5G 라이트 유심 9GB는 월 3만9600원으로, SK텔레콤 온라인 요금제와 비슷한 수준이다. KT엠모바일 ‘모두다 맘껏 1.4GB+’ LTE 요금제는 SK텔레콤 1.8GB 요금제와 비교했을 때 약 5000원 차이밖에 나지 않게 됐다.

과기정통부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요금인가제가 폐지된 상황에서 과기정통부는 유보신고제에 따라 요금제를 살펴보게 된다. 과기정통부는 15일간 요금제를 검토하며, 이용자 이익, 공정경쟁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하면 반려할 수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반려 기준 중 하나는 ‘다른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전기통신서비스를 도매제공하는 대가에 비해 낮은 이용요금으로 그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른 전기통신사업자를 배제시킬 우려가 있는 경우’다.

남석 과기정통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법에 따라 심사할 것이며, 15일 이내 결정된다”며 “이용자 이익 및 공정경쟁 저해 등을 확인하겠다. (알뜰폰 사업자 우려와 관련한 부분은) 도매대가에 비해 낮은 이용요금으로 다른 사업자를 배제하면 반려할 수 있다는 시행령 조항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SK텔레콤은 “이번 신규 요금제는 유보신고제 시행 후 첫 신고 요금제라는 점에서 향후 사업자간 요금경쟁을 본격화할 것”이라며 “신고 요금제의 고객가치 제고 효과를 고려해 정부의 긍정적인 검토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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