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통신요금 유보신고제 도입으로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 기대감이 높아진다. 시장 1위 사업자에 대한 인가제 규제가 폐지되면서 SK텔레콤은 벌써부터 신규 요금제를 예고하고 있다. 요금 인하 경쟁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기존보다 30% 저렴한 온라인 전용 5G 요금제를 준비 중이다. 월 3만8500원에 데이터 9GB, 월 5만2500원에 데이터 200GB를 제공하는 상품 등이다. 현재 월 9GB ‘5G 슬림’이 5만5000원, 월 200GB ‘5G 스탠다드’가 월 7만5000원이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전용으로 2만원 이상 저렴한 셈이다.
이달 10일부터 기존 요금인가제가 사라지고 유보신고제가 새로 도입되면서 SK텔레콤은 정부에 신고만 하면 사실상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요금인가제로 인해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요금제를 만들기 전에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지나친 출혈경쟁을 유도하거나 부당한 요금을 청구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였지만, 실제로는 KT와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과 비슷한 요금제를 출시하는 것이 반복되면서 ‘담합’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인가제를 없애고 유보신고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20대 국회를 통과했고, 세부 기준을 담은 정부 시행령이 더해져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유보신고제는 기본적으로 사업자가 신고만 하면 자유롭게 요금제를 출시하도록 하되, 정부가 최소한의 반려 기준으로 15일 내 심사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인가제 폐지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요금제 사전 검토가 여전히 관행으로 남아 있어 문제로 지목된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의 기존 대비 30% 저렴한 온라인 5G 요금제 출시를 놓고 사전 협의 과정에서 제동을 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SK텔레콤에 월 5만5000원과 월 7만5000원 사이 요금제가 없고, 알뜰폰 요금과 겹쳐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문제가 커지자 과기정통부는 지난 10일 설명자료를 내고 “아직까지 SK텔레콤 측으로부터 공식 신고된 5G 이용약관은 없으며 5G 온라인 요금제 제동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전 협의’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를 놓고 ‘공식 신고’ 절차가 없었다는 해명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남아 있다.
유보신고제가 잡음 없이 시행된다 하더라도, 통신사들이 요금 인하 경쟁에 적극 나설지 역시 두고봐야 할 문제다. 그동안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사들은 정부의 지속적인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 압박에도 시기상조라며 난색을 보여왔다.
현재 SK텔레콤이 준비하는 온라인 5G 요금제의 정확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KT와 LG유플러스가 운영 중인 온라인 요금제 사례를 감안하면 25% 선택약정할인이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기존 요금제 대비 5% 저렴한 수준으로, 과기정통부 의견대로 4만원대나 6만원대 요금 구간은 여전히 비게 된다.
앞서 KT는 5G 신규 요금제로 월 4만5000원의 ‘5G 세이브’와 월 6만9000원 ‘5G 심플’을 지난 10월 출시한 바 있다. 월 4만5000원 요금제의 경우 청소년·시니어 특화 요금제를 제외하고 처음 출시된 5G 중저가 요금제지만, 기본 데이터로 5GB(소진 시 최대 400Kbps 속도)를 제공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다만 5G 가입자가 이미 1000만명을 돌파했고, 내년 들어 5G 상용화 3년차를 맞게 되는 만큼 중저가 요금제 출시 자체는 무리 없이 추진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통신사들도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유영상 SK텔레콤 이동통신(MNO) 대표는 국정감사에 출석해 “고객 친화적이고 편익을 증대하는 요금제 개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며 “늦어도 연말‧내년 초에는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