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제2 보편요금제 될라…5G 중저가 요금경쟁에 알뜰폰 ‘울상’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통신사들의 5G 중저가 요금경쟁이 시작되면서 알뜰폰업계의 우려가 커진다. 망을 빌려쓰는 알뜰폰 특성상 요금경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통신사와 정면승부를 해야 하기 때문. 과거 보편요금제 추진 사례와 같이 통신사 위주의 가계통신비 절감 정책으로 알뜰폰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KT가 4만원대 신규 5G 요금제를 선보인 가운데 SK텔레콤도 중저가 5G 요금제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당초 5G 중저가 요금제는 정부가 통신사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것이기 때문에, KT를 시작으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조만간 중저가 5G 요금제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KT가 출시한 ‘5G 세이브’는 월 4만5000원에 기본데이터 5GB(소진 시 400Kbps)를 제공하는 요금제다. 선택약정할인 25%를 적용하면 월 3만3750원까지 내려간다. 청소년·시니어 특화 요금제를 제외하면 가장 저렴한 수준으로, 업계는 다른 통신사들도 이와 비슷한 금액의 5G 중저가 요금제를 선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KT의 신규 5G 요금제가 선택약정을 더해 3만원 초반대까지 요금이 내려가면서 알뜰폰 시장과 직접적으로 경쟁하게 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5G 중저가 시장은 알뜰폰 업체들이 선점해왔으며, 최저 3만원대 후반 요금으로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보여왔다. 현재 KT엠모바일은 3만9100원, 헬로모바일은 3만9600원 수준으로, KT 요금제와는 약 5000원 이상 요금 차이가 나게 된다.

다만 알뜰폰이 8~9GB 데이터와 소진 시 1Mbps 속도를 지원하는 것과 달리, KT 요금제는 그보다 기본데이터가 적고 제어속도도 느리다. 한 알뜰폰업체 관계자는 “보통 1Mbps 미만이면 속도가 현저히 낮고 끊기는 현상도 잦기 때문에 알뜰폰은 대부분 그 이상으로 속도제어를 하고 있다”면서 “아직은 알뜰폰 가성비가 더 낫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통신사 중심으로 5G 중저가 요금제 경쟁이 본격화되면 알뜰폰으로서도 가입자 순감을 걱정해야 한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통신사가 5G 중저가 시장으로 넘어오면 알뜰폰과 시장충돌이 일어나는 셈”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알뜰폰에 대한 심리적 장벽도 남아 있기 때문에 통신사에 상당수 가입자를 뺏길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통신사로부터 망을 임대해 서비스하는 알뜰폰의 경우 마음대로 요금을 내리기도 어려워 경쟁이 쉽지 않다. 현재 알뜰폰은 통신사의 월 5만5000원 5G 요금제를 판매할 때마다 66%가량을 도매대가로 수익배분 해야 한다. 알뜰폰이 5G 중저가 시장에 안착하려면 도매대가 인하가 필수적이라고 업계가 강조하는 이유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망 도매제공 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과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를 협의하는 중이다. 그중 월 7만5000원의 대용량 5G 요금제 도매대가를 현행 75% 수준에서 약 10% 인하하는 방침을 중점적으로 꾀하고 있다. 하지만 추후 SK텔레콤이 4만원대 5G 요금제를 새로 출시한다 해도, 아직은 5G망 도매제공이 의무화되지 않은 데다 그렇다 해도 도매대가 협의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대대적인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온 정부가 한편으로는 통신사에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압박하는 것도 모순이란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과기정통부는 알뜰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5G 시장을 지목하면서 저렴한 5G 알뜰폰 요금제 출시를 장려해왔지만, 동시에 통신3사에도 지속적으로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요구해왔다. 그동안 통신사들이 5G 중저가 요금 출시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왔음에도 결국 KT가 총대를 멘 것도 이러한 영향이 컸을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도매대가 인하도 수월하지 않은 상황에서 통신사들에 요금을 내리라고 자꾸 압박을 주니 당연히 우리와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도 통신3사는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선택약정할인과 준 보편요금제를 도입했으며, 그때마다 알뜰폰은 상당한 타격을 입어야 했다. 태동 이후 순증을 이어오던 알뜰폰 번호이동 가입자가 순감으로 돌아선 것도 통신사들의 저가 LTE 요금제가 출시됐던 2018년을 기점으로 한다. 정부의 가계통신비 정책이 통신사 따로, 알뜰폰 따로 진행되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과기정통부는 5G 중저가 요금 정책과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를 병행해 간극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번에 출시된 5G 요금제 모두 알뜰폰에서도 할인해서 제공할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다”면서 “추후 SK텔레콤이 비슷한 5G 중저가 요금제를 새로 출시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정부가 나서 도매대가 인하를 협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권하영
kwonh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