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지난 10여년 줄곧 지적했던 문제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의 핵심 중 하나는 레이저다. 국내 업계에 취약한 분야다. 레이저 소스(광원)와 광학계 등 필수 요소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탓이다. 레이저 장비에서 레이저 소스는 햇볕, 광학계는 돋보기 역할을 맡는다. 레이저 소스를 광학계에 통과시키면 열이 발생하는 방식이다. 장비 자립화가 쉽지 않은 이유다.
지난 2015년 설립된 레이저쎌은 새로운 방식으로 관련 장비 및 솔루션 국산화에 도전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최재준 대표가 이끌고 있다. 그는 삼성전자 출신으로 미세전자제어기술(MEMS) 등을 다뤘다. 이오테크닉스 출신 김남성 최고기술경영자(CTO) 등도 힘을 보태고 있다. 레이저쎌의 임직원은 30여명이다. 전 인력을 엔지니어로 채울 정도로 기술력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경기도 판교 연구센터에서 만나 레이저쎌 관계자는 “올해 100억원의 시리즈C 투자유치를 포함해 총 200억원을 투자받았고 정부의 기술개발사업에 주관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이저쎌은 면광원 레이저 기반 기술을 활용한 LSR(Laser Selective Reflow) 시리즈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반도체 리플로우 장비와 솔루션 등을 제작한다. 그동안 레이저 기술이 점 형태로 이뤄졌다면 레이저쎌은 광원을 면 단위로 바꿔 대면적에도 가열할 수 있도록 했다. 레이저를 분산시켜 조사 대상에 열충격 등 손상을 줄일 수도 있다.
LSR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의 표면실장(SMT) 단계에서 칩이나 소자를 인쇄회로기판(PCB)에 접합하는 공정 등을 담당한다. 반도체 SMT의 경우 열을 가해 접합하는 TCB(Thermal Compression Bonding) 기술이 대세였다. 하지만 반도체의 적층과 대면적이 대세가 되면서 휨 현상 등 열에 의한 변형이 생겼다.
레이저쎌 관계자는 “칩 또는 실리콘에만 수초 동안 레이저를 조사해 PCB에 가하는 열의 영향과 휨 현상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레이저는 칩과 서브스트레이트 사이의 범퍼를 없애는 역할을 하는 데 파장 특성으로 웨이퍼를 투과하고 범퍼만 제거한다. 기판과 웨이퍼의 손상을 최소화한다는 의미다.
레이저쎌에 따르면 TCB에서 LSR로 전환할 경우 전력소모는 90% 절감, 작업속도 10배 상승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10~20억원을 호가하는 TCB 장비보다 저렴한 LSR 장비로 대체해 원가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외 반도체 기업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만의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 등에 이미 관련 제품을 납품하기도 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미니발광다이오드(LED)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액정표시장치(LCD)를 개선한 제품이다. 기존 LCD는 광원 역할을 하는 백라이트유닛(BLU)이 전면이나 주변부 일부에만 LED가 들어간다. 65인치 패널 기준으로 100~200개 정도를 탑재한다. 미니LED는 더 작고 많은 LED 칩을 박아 밝기를 높인다. 칩 개수는 1만~1만5000개 수준이다. 로컬디밍(Local Dimming) 기술도 적용한다. 로컬디밍은 일부 LED 온오프(ON-OFF)를 통해 명암조절이 가능하게 한 기술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마이크로LED는 적색·녹색·청색(RGB) 칩을 박는다면 LCD 업그레이드 버전 미니LED는 백색 칩을 박는다. 미니LED에는 색을 내주는 컬러필터가 필요하다. 두 제품의 칩 크기에도 차이가 있다. 레이저쎌의 LSR 기술은 칩을 본딩할 때 쓰인다.
해당 시장은 애플이 아이패드에 미니LED를 탑재하기로 결정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미니LED TV를 출시할 예정이다. 레이저쏄도 수혜가 예상된다.
레이저쎌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외에 전장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완성차업체, 배터리업체 등이 대상이다. 차체 가공, 배터리 모듈 공정 등에 레이저쎌 제품이 활용된다. 유럽과 미국 업체들과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레이저쎌 관계자는 “LSR 머신은 물론 옵틱 부분의 BSOM 시스템과 렌즈 부분의 NBOL 시스템 등 광학 솔루션도 공급하고 있다. 단순히 장비 회사가 아니라 레이저 플랫폼 회사”라면서 “원천 기술을 가진 만큼 세계적인 업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고 향후 거래가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