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지난 10여년 줄곧 지적했던 문제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친환경 열풍에 힘입어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커지는 추세다. 같은 맥락으로 배터리와 관련 소재 분야도 급성장 중이다. 국내에서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3사가 업계를 이끌고 있다. 이들 업체 뒤에는 든든한 협력사들이 있다. 배터리 4대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등을 다루는 기업이 대상이다.
이 중에서도 배터리 원가의 35~40%를 차지하는 양극재는 특히 중요하다. 다른 3개 소재의 비중은 각각 10% 내외다. 양극재는 음극재와 함께 전기를 저장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배터리의 종류 및 성능을 좌우한다. ▲리튬·코발트·옥사이드(LCO) ▲리튬·망간·옥사이드(LMO) ▲리튬·인산철(LFP) ▲니켈·코발트·망간(NCM)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등 조합별로 다르고 각 광물 비중에 따라 전기차 주행거리 차이가 있다.
그동안 양극재 분야는 벨기에 유미코어, 일본 니치아 등이 주도했다. 여전히 국내 배터리 제조사에서 두 업체의 제품을 많이 활용한다. 핵심 중 핵심소재인 만큼 국내에서도 양극재 시장에 진출하는 업체가 하나둘씩 생겼다. 대표적으로 엘앤에프가 있다.
엘앤에프는 지난 2000년 설립된 업체다. 새로닉스가 LG디스플레이에 액정표시장치(LCD) 백라이트유닛(BLU) 공급을 위해 만들었다. 5년 뒤 자회사 엘앤에프신소재를 세우고 양극재 사업을 시작했다. 2013년에는 BLU 제조를 중단하고 2016년 엘앤에프신소재를 흡수합병해 양극재 생산에 전념하고 있다.
현재 허제홍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허 대표는 새로닉스와 엘앤에프를 동시 경영하고 있다. 그는 LG디스플레이 및 엘앤에프 연구원, 새로닉스 상무 등을 역임했다. 2010년부터 새로닉스 대표를 맡았고 2018년부터 엘앤에프 대표도 겸임하고 있다.
최근 대구 본사에서 만난 엘앤에프 관계자는 “2005년부터 양극재 사업을 시작해 다품종 고품질의 제품을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다”며 “지속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도 늘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고객사는 LG화학 삼성SDI 등이다. 최근 SK이노베이션과도 거래를 시작했다. 시장에서 대세로 떠오른 NCM 비중을 늘려가면서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NCM은 광물 비중에 따라 111 424 523 622 712 811 9½½ 등으로 나뉜다. 가령 NCM523은 니켈 50% 코발트 20% 망간 30% 비율이다.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주행거리가 길어진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고객사 요청에 따라 니켈 비중을 조절하고 있다. 현재는 NCM622 비중이 가장 크고 712 811이 늘어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양극재는 원재료 전구체를 가공해 제조된다. 전구체를 용해→반응→세정→건조→선별→탈철 및 포장하면 양극재를 혼합→소성→분쇄→선별→탈철 및 포장 등의 과정을 거쳐 고객사에 전달된다. 양극재는 단가의 90% 원재료 비용이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면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다. 후발주자 진입이 어려운 이유다.
회사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높지 않지만 물량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반대로 말하면 신규 업체 진입이 힘들어서 몇몇 플레이어가 시장을 형성하면 높은 수익성을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엘앤에프는 자회사 제이에이치화학공업을 지난 2011년 설립해 전구체 조달을 맡기고 있다. 원재료 수직계열화를 통한 원가절감 차원이다.
엘앤에프는 차세대 양극재 납품도 개시하면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NCM에 알루미늄(A)을 더한 NCMA 양극재다. 니켈을 늘릴수록 안정성이 떨어지는데 알루미늄이 이를 보완해준다. 출력을 높여주고 화학적 불안정성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엘앤에프는 세계 최초 니켈 함량이 90% 이상인 NCMA 양극재를 개발했다. 지난 6월부터 LG화학에 공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 정보기술(IT) 기기 등 배터리 시장이 확대될수록 회사도 성장할 것”이라며 “일본, 벨기에 업체와 품질 격차도 줄었다”고 언급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양극재 시장 수요량은 오는 2025년 275만톤에 달할 전망이다. 2019년(46만톤) 대비 6배 상승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