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KAIST, ‘무병장수’ ESS 수계전지 개발

김도현
- 아연 전극 열화 메커니즘 규명 및 해결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국내 연구진이 불타지 않고 수명을 늘린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수계전지를 개발했다.

5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는 김희탁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나노융합연구소 차세대배터리센터) 연구팀이 아연 전극의 열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그동안 보고된 레독스 흐름 전지 가운데 가장 오래가는 수계 아연-브롬 레독스 흐름 전지 개발에 성공했다.

현재 대부분 ESS는 값이 저렴한 리튬이온전지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발화로 인한 화재 위험성 때문에 대용량의 전력을 저장하는 ESS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2017~2019년 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리튬이온전지로 인한 ESS 화재사고 33건 가운데 가동이 중단된 곳은 전체 중 35%에 달한다. 집계된 손해액은 7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배터리 과열 현상을 차단할 수 있는 수계 전해질을 이용한 레독스 흐름 전지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초저가의 브롬화 아연을 활물질로 이용하는 아연-브롬 레독스 흐름 전지는 다른 수계 레독스 흐름 전지와 비교할 때 높은 구동 전압과 함께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고 가격이 싸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아연-브롬 레독스 흐름 전지는 아연 음극이 나타내는 짧은 수명 때문에 상용화가 지연된다는 점이다. 아연 금속이 충·방전 과정 중에 보이는 불균일한 돌기 형태의 덴드라이트 형성은 전지의 내부 단락을 유발해 수명을 단축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희탁 교수 연구팀은 낮은 표면에너지를 지닌 탄소 전극 계면에서는 아연 핵의 표면 확산을 통한 자가 응집 현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에 주목, 양자 역학 기반의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전송 전자 현미경 분석을 통해 자가 응집 현상이 아연 덴드라이트 형성의 주요 원인임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특정 탄소결함구조에서는 아연 핵의 표면 확산이 억제되기 때문에 덴드라이트가 발생하지 않은 사실도 발견했다.

김희탁 교수는 “차세대 수계 전지의 수명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을 제시한 게 이번 연구의 성과”라면서 “기존 리튬이온전지보다 저렴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 80% 이상 구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신재생에너지의 확대 및 ESS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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