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국내 PC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양분하고 있다. 두 회사의 점유율만 60%에 달한다. HP와 델, 레노버 등은 글로벌 PC기업이지만 국내에선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미미하다. 이들이 본격적인 기회를 갖게 된 것은 재택근무 활성화가 되면서부터다.
소비자용 PC에선 국내업체들의 장벽이 훨씬 높다. 유독 국내에선 휴대성이 구매 요인 우선순위로 꼽힌다. 이에 따라 삼성·LG도 15인치 이상 큰 화면에 초경량화 제품을 출시하는데 집중한다. 소비자용 PC시장은 가격 민감도가 높다. 성능 및 가격, 브랜드 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봤을 땐 대다수가 국내업체 제품을 고르는 구조다. 특히 사후관리(AS)서비스는 외산업체들이 꾸준히 개선하고 있음에도 국내업체들이 '최고'로 불린다.
물론 외산 PC업체들도 ‘가성비’ 갖춘 제품으로 소비자용 PC를 내놓는다. 다만 일부 업체들은 틈새시장 및 기업용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에이서의 경우 크롬북을 조달청에 등록해 국내 교육용 시장을 공략한다. 조달청에 등록된 크롬북은 삼성전자와 에이서 뿐이다. HP와 델, 레노버 등 글로벌 업체들은 소비자용 PC보다 장벽이 낮은 기업용PC 시장에서 판매처를 확대하고 있다. 기업용 PC는 마케팅 및 영업방식이 다를 뿐더러 판매 물량도 수십~수만대 단위다.
기업용PC는 소비자용PC에서 원하는 요건과도 사뭇 다르다. 우선 사양이 높아지고 내구성과 보안 솔루션의 중요도가 높아진다. 이를 관리해주는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안정적인지, 네트워크·서버·스토리지 등을 함께 제공할 수 있는지도 구매자들의 고려요인이 된다. 기업이 원하는 용도·요건에 맞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유연하게 제공하는지가 경쟁력이 되는 셈이다.
국내에선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활성화가 지속되고 있다. 보안을 중시하던 금융권도 재택근무가 가능하도록 규제가 완화됐다. PC업체들은 기회가 왔다는 반응이다. 재택근무로 수요가 급증하는 건 소비자용 PC보다 기업용 PC다. 물론 기업용PC 시장에도 삼성·LG전자가 진출해 있다. 영향력도 약하지 않다. 그러나 소비자용 PC에서만큼 독보적이지는 않다는 평가다.
국내 소비자용 PC는 주로 큰 화면·휴대성이라는 단일화된 흐름을 보인다. 반면 기업용PC는 용도에 맞는 다양화·유연성이 핵심이다. 외산업체 제품 포트폴리오가 국내업체들보다 훨씬 다양한 이유다. 전문가용 PC가 세분화돼 공장용 건축가용 심지어 미군 기지에서도 쓸 수 있는 제품들까지 출시한다. 지금은 잘하는 것을 더 잘하도록 집중해야 할 때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기업용 PC시장에서 국내외 업체들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