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20년만에 바뀌는 ‘소프트웨어(SW) 진흥법’의 시행령·시행규칙을 놓고 IT업계는 요구사항이 대폭 반영됐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다만 발주기관의 과업내용 확정과 변경 확정 및 이에 따른 계약금액·계약기간 조정 등을 심의할 과업심의위원회의 구성과 절차 등에 대해 보다 명확히 해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오는 12월 10일 시행을 앞둔 SW진흥법(SW산업진흥법 전부개정안)은 2018년 발의된 후 2년 가까이 묶여 있었으나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부는 시행령과 시행규칙 마련 등의 절차를 진행해 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7일 온라인 공청회를 통해 지난달 말 공개한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하부병령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가졌다. 과기부는 법률 개정에 따른 하위법령의 신설·개정 등을 통해 불합리한 소프트웨어사업 환경개선, 투자 및 산업 지원 제도를 구체화했다. 새 시행령은 현 55개에서 68개 조문으로, 시행규칙은 현 19개에서 17개 조문으로 개편했다.
◆과업심의위원회 구성, 과업 시작 시점 명확히 해야=공청회에서 업계는 대체로 업계에 그동안 요구했던 사항이 반영됐다며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조영훈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실장은 “고시 내용이 나와야 정확히 말할 수 있겠지만, 업계의 요구사항이 대폭 반영됐다”고 말했다.
윤기식 상용소프트웨어협회 상무는 “우리나라가 K-방역, K-팝을 선도하는 것처럼 이번 법 개정을 통해 SW에서도 전 세계를 앞서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업계가 보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 부분은 과업범위의 명확한 규정, 과업심의위원회 구성과 역할, 민간투자(민투)형 소프트웨어사업 요건, SW지적재산권 보호 등이다.
특히 이번 법 제50조에선 공공 SW사업 과업 확정과 변경 시 과업심의위원회 심의를 의무화했다. 이에 따르면, 공공SW 계역 시 과업내용의 확정 방법과 시기, 기간 변경, 손해배상 등을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정작 과업심의위원회 구성이나 개최시기, 과업내용의 정확한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채효근 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과업범위에 대한 발주와 민간사업자 간 다툼이 최근 많아졌다”며 “제안요청서(RFP)와 분석 설계 산출물 등 여러 계약 문서가 내부에 혼용되고 있어, 과업 범위를 두고 서로 입장이 상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분석설계가 끝나고 명확한 내용을 기반으로 과업범위와 내용을 확정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조영훈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실장은 “과업 범위와 변경이 발생했을 경우 이는 대가산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과업심의위원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시행령 43조에 위원회 구성조항이 있는데 공무원 등의 자격 요건만 명시돼 있어 발주자와 수급자의 비율, 운영위원회 구성 지침, 그리고 어느 시점에 반드시 개최돼야 한다는 의무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SW지적재산권 보호 구체적 방안 마련돼야=또,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보완 의견도 있었다. 이번 개정안에선 SW기업이 공공SW사업 산출물을 다른 사업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국가안전보장에 영향을 미치는 비밀에 관한 사항과 과기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이 협의 및 고시하는 경우에는 SW반출이 제한된다.
조영훈 실장은 “제17조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언급이 하위법령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며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을 감안해 별도의 가이드라인이나 고시를 통해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효근 부회장도 “기존에 저작권법이나 지적재산권법도 있지만 SW진흥법에선 공동 산출물인 SW지적재산권을 사업자와 발주자가 공동 소유하는 형태”라며 “이때 무엇보다 개발자에 대한 권익이 중요한데,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서 관련 문구를 넣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윤기식 상무는 “반출되는 SW산출물이 다른 곳에선 반입이 될 것이 당연한데, 사실 이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SW산출 결과물 반입에 대한 부분을 어떻게 녹여나갈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상용SW에 대한 현실적인 대가 반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윤 상무는 “보통 유지보수요율을 상용SW 라이선스의 몇 프로로 돼 있는데, 실질적으로 통합유지보수사업을 하는 입장에선 행위비용에 포함되지 않는 부분이 꽤 있다”며 “고시나 가이드라인을 통해 구매에 포함되지 않은 기능 대가를 반영해 다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업심의위원회, 공공SW산업 중심기구 될 것=이같은 의견에 대해 박준국 과기부 SW산업과장은 “고시 개정안을 현재 준비 중”이라며 “이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SW산업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과업심의위원회와 관련해선 “하위법령을 정비하면서 과업심의위원회에 많은 역할과 기능을 부여해 공공SW산업의 중심기구가 되도록 할 방침”이라며 “과업변경 확정, 적정 사업기간 산정, SW영향평가 재평가 심의 등이 모두 과업심의위원회 기능으로 부여돼 있어 보다 실효성 있는 기구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위원회 구성에 대해선 공무원 이외에도 학계, 특정 분야의 경력을 가진 전문가 등을 포함시켜 중립성과 객관성을 유지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과업변경 가이드를 개발해서 배포한 바 있는데, 가이드 상에는 사업수행계획서를 기준으로 과업범위를 확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과업변경을 판단하려면 과업 내용을 언제 확정하는지도 중요한 만큼, 가이드 내용에 구속되지 않고 여러 의견을 들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답했다.
과업변경 시, 예산을 중간에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엔 사업 내에서 항목조정 등을 강구하도록 하는 한편, 이것도 어려운 상황에는 현행규정 상 예산집행지침에 따라 낙찰차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기재부와 사전협의를 하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과기부 SW정책관 송경희 국장은 “시행령과 시행규칙, 고시에 업계의 의견을 꼼꼼하게 반영하겠다”며 “업계와 소통하면서 정책에 반영하고 효과가 현장에서 나타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에 대한 내용은 오는 10월 12일까지 국민참여입법센터를 통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이후 규제심사와 법제심사, 차관회의 및 국무회의 의결을 12월 1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