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삼성전자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부가 상승세다. IBM, 엔비디아, 퀄컴 등 신제품을 연달아 수주했다. 전공정 기술력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아쉬운 지점은 후공정이다. 기술 한계로 패키징은 대만으로 넘기고 있다. 업계에서는 관련 분야 육성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파운드리가 제조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고사양 제품 패키징은 대만 기업이 주로 담당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자체 AP ‘엑시노스’ 등을 제외하면 국내 비중은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는 파운드리에 칩 생산을 위탁하면서 장비, 공법, 패키징 업체 등을 지정한다. 이 중 패키징은 가공이 끝난 웨이퍼에서 자른 칩을 포장하는 공정이다. 외부 충격, 불순물 등을 보호하고 메인 회로와 신호를 전달할 수 있게 한다. 반도체 공정 미세화로 패키징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TSMC가 삼성전자를 따돌리고 애플의 AP 양산을 독점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대만은 TSMC를 중심으로 후공정 생태계가 구축돼 있다. SPIL, KYEC 등이 뛰어난 패키징 기술을 갖추고 있다. 팹리스 업계가 패키징을 대만에 맡기는 이유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스템반도체는 아직 초기 단계다. 눈에 띄는 패키징 업체가 많지 않다”며 “삼성전자 역시 생산기술 확보에 집중하다 보니 패키징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이미지센서,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의 패키징은 가능하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네패스, 하나마이크론, 엘비세미콘 등이 있다. 문제는 AP, CPU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패키징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삼성전기의 패키징 사업을 인수하며 강화 의지를 드러냈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파운드리 생태계 자립 및 수익 극대화를 위해 패키징 육성을 강조한다. 대만 OSAT 업계가 TSMC 낙수효과로 성장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후공정 시장규모는 60조원 정도다. 국내는 걸음마 단계여서 몸집을 키울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면서 “패키징을 국내에서 담당하면 삼성도 고객사 확보가 수월해진다. 팹리스 입장에서는 한 업체, 한 국가에서 모두 처리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