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나 칼럼

[취재수첩] 가전업계의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

이안나
- 스마트홈 시대 AI·IoT 기능 중요…지속적인 연구개발 필요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시간관리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번 쯤 보게 되는 ‘시간 매트릭스’가 있다. 긴급함과 중요도를 기준으로 상황을 네가지로 분류한다. 중요하고 급한 일,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 중요하지 않지만 급한 일, 중요하지 않고 급하지도 않은 일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긴급하고 중요한 일들을 열심히 한다. 급한 일에 매여 있어 중요한 일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마련이다. 급하지 않기에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금방 잊힌다. 그러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건 ‘당장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이다. 한순간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닌 독서·운동 등 꾸준히 해야 하는 일들이 이에 해당한다.

가전업계에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꾸준히 진행돼야 하는, 결국 경쟁력을 좌우할 요소는 스마트홈에 대한 준비다. 얼마 전 막을 내린 IFA2020에서 LG전자·밀레 등 기업들은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를 담은 스마트홈을 강조했다. 이제 가전들은 원격제어를 넘어 스스로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작동한다. 이런 제품들이 모인 스마트홈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스마트홈 준비는 대형 글로벌 기업들만 해당되지 않는다. 국내 렌털업체들도 정수기·공기청정기·비데 등 소형가전에 IoT를 활용한 플랫폼 형성에 집중한다. SK매직은 보안·실버케어 등 이종산업 간 융합을 고려하고 있고, 웰스는 각종 물을 활용한 기기들을 연동하는 플랫폼을 연내 출시하려 준비 중이다.

일부 중견기업들은 ‘급하고 중요한 일’에 치중해있다. 코로나19로 ‘집콕’ 특수를 누리기 위해 마케팅에 집중하는 반면 스마트가전을 시도하다가도 가격만 비싸고 상품성이 없단 이유로 출시를 중단한다. 현재로선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을 멈추지 말고 시도해야 하는 이유는 스마트홈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는 국내 스마트홈 산업 시장규모가 2017년 15조에서 2025년 31조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홈 시대 AI·IoT 기술은 제품 부가기능에 그치지 않는다. 각 제품들이 연결돼 사용자 맞춤형 혹은 에너지효율형인 집을 조성할 수 있어 의미가 있다. 현재에도 대형 가전이나 렌털제품들을 구매할 땐 결합 할인 등을 고려해 하나의 브랜드로 통일 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스마트홈 시대엔 여러 가전을 하나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이용하고 싶을 터. 특정 플랫폼을 이탈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락인 효과’가 강화된다.

물론 모든 가전업체들이 전 제품을 갖고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자체 플랫폼을 만드는 덴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삼성·LG전자나 이동통신사들은 스마트홈 생태계 확장을 위해 파트너십을 맺거나 오픈 플랫폼을 제공한다. 스마트홈 시대 중견·중소기업들의 입지 강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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