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업계가 ‘중국 효과’를 누리고 있다. 중국이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 장악에 나서면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덕분이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의 투자 축소로 근심이 깊던 장비업체에 중국은 단비다. 실적 개선을 위해 현지 패널 제조업체 공략에 속도를 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BOE, CSOT, 티엔마, HKC, 비전옥스 등은 한국 디스플레이 장비를 지속 들이고 있다. 이들 업체가 OLED 라인을 구축하면서, 최근 맺은 계약은 대부분 중국발이다.
인베니아는 지난달 14일 HKC와 디스플레이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규모는 650억원으로 지난해 매출액 대비 44.9% 수준이다. 인베니아의 주력은 건식식각장비(드라이에처)다. 해당 제품은 박막트랜지스터(TFT) 기판 위에 불필요한 부분을 플라즈마로 깎아 낸다. 플라즈마는 기체가 초고온 상태로 가열돼 전자와 양전하를 가진 이온으로 분리된 상태다.
영우디에스피는 지난 7월 CSOT, 티엔마와 각각 308억원, 65억원 규모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매출액 30.70%, 6.5% 수준이다. 납품 대상은 OLED 검사장비다. 영우디에스피 관계자는 “중국의 OED 투자 본격화로 추가 공급 계약이 이어지고 있다”며 “중국은 물론 해외 시장 다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달 비아트론은 BOE와 장비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945억원으로 지난해 매출액 대비 189.11%다. 한 번의 거래로 매출액이 전년대비 약 2배 늘어난 셈이다. 비아트론은 열처리 장비를 공급한다. 디스플레이의 전기적 스위치 역할인 TFT를 만드는 데 활용된다.
원익IPS는 지난달 31일 세메스 디스플레이 사업부 중 포토(Photo) 및 웨트(Wet) 사업을 820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양사는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Binding MOU)를 체결한 만큼 빠른 시일 내 최종 계약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원익IPS는 이번 거래로 중국 시장 공략 속도를 높일 방침이다. 주요 중국 고객사는 BOE, 비전옥스 등이다.
LG전자 생산기술원도 BOE에 연이어 OLED 장비를 공급했다. 박막봉지(TFE) 이송 장비, 질소(N2) 정제기 등을 납품했다. 각각 OLED 유기물질에 산소, 수분 등을 차단하는 층인 TFE 공정, RGB(레드·그린·블루) 서브픽셀을 기판에 새기는 증착 공정에서 활용된다.
이외에도 AP시스템, 에스에프에이, 디엠에스, 디바이스이엔지 등도 중국 업체와 거래를 통해 실적 개선을 노리고 있다. 하반기는 물론 내년에도 중국발 수주 소식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장비업체와 중국 패널 제조사 간 거래를 꾸준히 늘고 있다”며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점은 우려되지만, 고객사 다변화 차원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