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일본과 중국 반도체가 동병상련이다. 나란히 위기를 맞이했다. 상승 곡선을 그리는 한국 반도체와 대조된다. 두 나라는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분야에서의 협업을 통해 정보기술(IT) 분야 살리기에 나선다.
◆日 반도체, 매각·파산·위기 ‘악재 3종 세트’=3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일본 파나소닉은 대만 누보톤에 반도체 자회사 지분을 2억9500만달러(약 3500억원)에 매각했다. 지난해 11월 맺은 계약이지만,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시점이 미뤄졌다.
매각 대상인 파나소닉 세미콘덕터솔루션(PSCS)은 이미지센서, 2차전지 제어용 칩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회계연도 2019년(2019년4월~2020년3월)에 약 2000억원 수준의 적자를 냈다.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제조업체 누보톤은 PSCS와의 시너지를 기대, 실적 악화에도 인수를 강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파나소닉의 반도체 철수는 네덜란드 필립스 기술 기반으로 자회사를 만든 지 67년 만이다. 엘피다메모리 파산,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적자 전환 등 일본 반도체 업체가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키옥시아(전 도시바메모리), 소니 등이 유일한 희망이지만, 이들마저 긍정적이지 않다. 지난해만 해도 글로벌 반도체 ‘톱10’에 들었지만, 각각 주력 제품인 낸드플래시와 이미지센서 매출이 부진하면서 순위권에서 밀려났다. 키옥시아는 낸드 시장 2위 업체지만 단수 경쟁에서 SK하이닉스, 인텔 등에 밀리는 모양새다. 낸드는 쌓는 방식으로 성능을 높인다.
◆中 반도체 굴기 ‘흔들흔들’=중국 반도체도 분위기가 좋지 않다. 정부 차원에서 적극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미국 제재가 발목을 잡았다. 직접적인 타깃은 화웨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17일(현지시각) 미국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이용해 개발‧생산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납품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해당 규제안은 오는 15일부터 시행된다. 대만 TSMC와 거래가 끊긴 화웨이는 자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생산을 중단했다.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에서 미국의 손이 뻗지 않는 곳은 없다. 미국 어플라이드, 램리서치, KLA 등의 반도체 장비를 사용하지 않는 업체는 전무하다. 중앙처리장치(CPU) 인텔, 메모리 마이크론, AP 퀄컴 등 미국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중국은 반도체 자립화를 준비하고 있지만, 미국의 공격으로 차질이 생겼다.
최근에는 우한홍신반도체제조(HSMC)의 우한 반도체 공장 건설이 중단됐다. 생산 및 연구개발(R&D) 시설을 세우는 1단계 공사가 진행 중이었지만, 자금 부족으로 차질이 생겼다.
HSMC는 지난 2017년 설립된 회사다. 7나노미터(nm) 이하 공정 기반 반도체 제작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TSMC 임직원을 다수 영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공사는 우한을 반도체 허브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총 1825억원위안(31조4794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1123억위안(약 19조3706억원)이 투입됐다.
자금 조달이 멈춘 이유는 HSMC가 환경 영향 보고서 등을 제공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과거 엔지니어링 회사와의 분쟁으로 착공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日·中 디스플레이-배터리 협공=반도체 위기에 빠진 일본과 중국은 디스플레이 및 배터리에서 손을 잡는다.
일본 JOLED와 중국 CSOT는 지난 6월 자본 제휴를 맺었다. TCL 산하 CSOT는 JOLED에 200억엔(약 2300억원)을 투자하고, 지분 11%를 받기로 했다. 소니, 파나소닉 등이 설립한 JOLED는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보유하고도, 재정난으로 사업 정상화가 어려웠다. 이에 자본력을 갖춘 CSOT와 손을 잡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패널 시장에 진출할 방침이다.
JOLED는 지난해 일본 이시카와현에 잉크젯 프린팅 공정을 적용한 OLED 공장을 완공한 바 있다. 잉크젯 프린팅은 뿌리는 방식으로 유기물 재료를 입히는 기술이다. 증착 공정보다 가격, 효율 면에서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CSOT와의 협업을 통해 중대형 OLED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TCL 리동셩 회장은 “내년에 광저우 8.5세대 OLED 공장을 착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일한 대형 OLED 제조사인 LG디스플레이와 같은 곳에 공장을 짓고, 정면대결을 예고한 셈이다. 잉크젯 기술 구현 등 난제가 남았지만, 자본과 기술인 만난 만큼 추격 속도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 간 배터리 동맹도 눈에 띈다. 지난 7월 일본 완성차업체 혼다는 중국 배터리 제조사 CATL의 지분 1%를 사들였다. 양사는 배터리 공동 개발, 재활용 및 재사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CATL의 배터리가 탑재된 혼다 전기차는 오는 2022년 출시 예정이다.
배터리 시장에서는 LG화학을 필두로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이 분전하고 있다. 특히 LG화학은 올해 들어 CATL, 파나소닉 등을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이에 CATL는 혼다는 물론 미국, 유럽 업체들과 손을 잡고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