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일본 디스플레이 업계가 국내 업체와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 액정표시장치(LCD) 사업 대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삼성·LG디스플레이와 같은 흐름이다.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8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재팬디스플레이(JDI)는 일본 이사카와현 하쿠산 공장을 매각한다. 공장은 샤프에, 시설은 애플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총 매각액은 6억7500만달러(약 8000억) 정도다.
기쿠오카 미노루 JDI 사장은 지난 3월 하쿠산 공장 매각을 시사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계약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지만,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며 “중요 고객과의 기본적인 합의는 끝낸 상태”라고 말했다. 미노루 사장이 언급한 중요 고객은 애플이다.
하쿠산 공장은 스마트폰용 LCD를 생산하는 곳이다. JDI는 최대 고객사 애플의 지원을 받아 해당 공장을 세웠다. 애플이 아이폰 패널의 OLED 탑재 비중을 높이면서, 공장 가동률이 하락했다. 현재는 멈춰선 상태다. 샤프가 애플의 설비를 빌려 이전 모델에 탑재될 LCD 패널을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JDI는 중소형 OLED를 주력 사업으로 할 방침이다. 최근 일본 금융권과 추가 투자 계약을 체결, 일부 금액을 OLED 사업에 투입할 예정이다.
JDI는 지난해부터 애플워치용 OLED를 공급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독점하던 분야에 진입했다. 멀티 벤더를 추구하는 애플과 매출처 다변화를 노리는 JDI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여기에 스마트폰용 OLED 납품도 준비 중이다.
중소형 OLED 시장은 8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는 삼성디스플레이 독주 체제다. 나머지를 LG디스플레이, 중국 BOE 등이 나눠 갖는 수준이다. JDI는 OLED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하지만, 애플과의 관계를 활용해 점유율을 높여가겠다는 의지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CD는 중국 업체가 워낙 강세인 만큼 JDI도 OLED로 전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삼성, LG 등 국내 업체 기술력이 경쟁사와 격차가 있어 JDI에 쉽지 않은 도전이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JDI는 지난 2012년 출범한 회사다. 일본 경제산업성 주도로 소니, 도시바, 히타치제작소 등의 LCD 사업부를 통합해 만들어졌다. 한국과 중국의 공세에 대한 마지막 승부수였다. ‘히노마루(일장기) 액정 연합’이라는 칭호까지 얻었을 정도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 2014년 상장 후 5년 연속 적자다. 전직 회계임원 횡령 혐의, 공장 가동 중단 등의 악재까지 덮쳤다. JDI는 지난해 LCD 기반 투명 디스플레이를 공개, 올해 OLED 투자 등을 통해 반전을 준비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