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무너진 일본 디스플레이 업계가 배수의 진을 쳤다. 대상은 재팬디스플레이(JDI)와 샤프다. 이들 업체는 공장 매각, 사업부 인수 등을 통해 반전을 노린다.
26일 일본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JDI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투자 자문 회사의 출자 허용 등을 결의했다. 총회 후 기쿠오카 미노루 JDI 사장은 일본 이시카와현 하쿠산 공장 일부 설비를 애플에 매각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미노루 사장은 “관련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계약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중요 고객과의 기본적인 합의는 끝낸 상태”라고 말했다. 미노루 사장이 언급한 중요 고객은 애플로 예상된다.
하쿠산 공장은 스마트폰용 액정표시장치(LCD)를 생산하는 곳이다. JDI는 최대 고객사 애플의 지원을 받아 해당 공장을 세웠다. 애플이 아이폰 패널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탑재 비중을 높이면서, 공장 가동률이 하락했다. 현재는 멈춰선 상태다. 이전 모델은 LCD 패널을 사용하는 만큼 애플은 설비를 인수, 자체 공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JDI는 지난 2012년 출범한 회사다. 일본 경제산업성 주도로 소니, 도시바, 히타치제작소 등의 LCD 사업부를 통합해 만들어졌다. 한국과 중국의 공세에 대한 마지막 승부수였다. ‘히노마루(일장기) 액정 연합’이라는 칭호까지 얻었을 정도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 2014년 상장 후 5년 연속 적자다. 전직 회계임원 횡령 혐의, 공장 가동 중단 등의 악재까지 덮쳤다. 애플 등이 JDI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끝내 무위에 그쳤다. JDI는 지난해 LCD 기반 투명 디스플레이를 공개하는 등 사업다각화를 노리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JDI뿐만 아니라, 일본 디스플레이 업계 전반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샤프는 대만 업체로 넘어갔고, 파나소닉은 LCD 생산을 중단할 예정이다. 이 와중에 샤프는 지난 25일 NEC의 디스플레이 사업 부문을 92억엔(약 102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NEC의 디스플레이 사업은 전자 간판용 대형 디스플레이 등을 주력으로 한다. 미국, 유럽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샤프는 이번 인수로 매출처 다변화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