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중국 정부가 반도체 자립을 위해 움직인다. 미국과의 ‘기술 전쟁’에서 이겨내고, 반도체 굴기를 이루겠다는 의지다. 자국 기업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6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반도체 발전을 위한 정책’을 공개했다. 해당 정책은 자금 조달, 연구개발(R&D), 인재 육성 등 8개 분야 40개 세부 항목으로 구성됐다.
눈에 띄는 내용은 반도체 제조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이다. 15년 이상 관련 사업을 하고, 28나노미터(nm) 이하 공정 기술을 보유한 업체에 최대 10년 동안 법인세를 면제해줄 방침이다. 28나노 이상 65나노 이하 공정 기술을 갖춘 기업에는 최대 5년간 법인세 면제다. 이후 5년간 세율을 낮춰준다. 혜택은 해당 업체가 흑자를 내는 해부터 적용된다. 이러한 지원은 중국 외 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는 나노 경쟁이 한창이다. 반도체 회로 선폭이 줄어들수록 ▲신호처리 속도 향상 ▲동작 전압 및 대기 전압 감소 ▲웨이퍼당 생산량 증가 등의 이점이 생긴다. 위탁생산(파운드리) 1~2위 업체 TSMC와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이 미세공정 구현에 집중하는 이유다. 두 업체는 5나노 제품을 생산 중이며, 3나노 이후 공정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기술력에서 한계를 보인다. 다만 일부 제조사들이 성과를 내면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가장 앞선 건 지난 2000년 설립된 파운드리 업체 SMIC다. 정부 지원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 14나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수주하는 등 성과를 냈다. 지난 1분기 매출액 9억9000만달러(약 1조2218억원)를 기록,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2분기도 전기대비 5% 내외 성장이 전망된다.
SMIC는 최근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 관리위원회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해당 법인은 28나노 공정을 소화할 생산라인 구축에 나선다. 완공 시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10만장 캐파를 갖춘다. SMIC는 중국 국무원 가이드라인에 부합한다.
메모리 분야에서는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양쯔메모리테크놀러지(YMTC), 푸젠진화반도체(JHICC) 등이 힘을 내고 있다. 이들 업체도 향후 세제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CXMT는 중국 업체 중 처음으로 D램 판매를 개시했다. 연내 17나노 D램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YMTC는 128단 낸드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 격차가 크지만 빠른 속도로 기술력을 올리는 분위기다.
중국은 오는 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이 목표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점유율은 15.7%에 그친다. 미국 제재라는 변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에 대해 중국 정부가 투자 확대로 사면초가 상황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10년 법인세 면제는 파격적인 우대 정책이다. 미국, 한국, 대만 등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반도체 기술이 하루아침에 향상되는 건 아니지만, 막대한 투자는 언젠가 빛을 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은 산업의 근간인 인력 육성에도 신경 쓰고 있다. 지난해 ‘국가 반도체산업·교육 통합 혁신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3년 동안 최대 2만명 수준의 기술자가 발굴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