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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블록체인] 투자자보호법도 없는데 세금부터 물린다?…논란 속 '암호화폐 과세'

박현영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한 주간 블록체인‧암호화폐 업계 소식을 소개하는 ‘주간 블록체인’입니다.

이번주에는 국내 암호화폐 업계가 들썩였습니다. 지난 22일 정부가 발표한 2020 세법개정안에 가상자산(암호화폐) 과세 방안이 담겼기 때문입니다. 오는 2021년 10월부터 비트코인(BTC) 등 가상자산으로 소득을 얻은 사람은 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아직 과세 시기까지 1년도 더 남았지만, 벌써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큽니다. 여러 면에서 과도한 과세라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인데요, 그 근거는 무엇일까요?

“투자자 보호 전 세금부터”, “주식시장과 차별 심해”…비판 잇따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과연 정부는 가상자산 투자자에게 과세를 할 자격이 있는가?’ 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있습니다. 지난 24일에 올라온 이 청원은 하루만에 2300여명의 동의를 얻으며 여러 가상자산 커뮤니티에서 공유되고 있습니다.

청원인은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전무한 상태에서 세금부터 부과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지난 3월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국회를 통화하면서 가상자산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지만, 특금법의 주요 내용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규제하고 자금세탁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불법적인 거래소들이 사라지면 투자자가 간접적으로 보호받을 순 있겠지만, 가상자산 업계의 불법을 근절하고 투자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은 아직 없습니다.

청원인은 주식시장과 비교했을 때 가상자산 과세안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주식 양도소득세는 비과세 한도가 연간 소득 5000만원까지 확대됐습니다. 즉 양도차익이 5000만원 이상일 경우에 세금을 냅니다. 반면 가상자산은 비과세 한도가 250만원입니다. 가상자산 거래로 번 소득이 250만원만 넘어도 세금을 부담합니다.

또한 앞서 언급한 주식 소득세 기준은 오는 2023년부터 도입되지만 가상자산 소득세 기준은 오는 2021년 10월부터 도입됩니다. 청원인은 “왜 주식 시장은 비과세 1년 5천이고 3년 유예기간을 주면서, 가상자산 시장은 비과세 1년 250이고 1년 유예기간이냐”며 “적어도 주식시장과는 형평성을 맞춰달라”고 주장했습니다.

전문가‧업계는 양도소득세, 거래세 주장했는데…세금 걷기 편한 ‘기타소득세’ 확정

가상자산 과세가 ‘기타소득세’로 정해진 점도 비판 대상입니다. 정부가 가상자산 과세를 추진하기 시작한 지난해 12월, 국내 전문가들은 ‘양도소득세’가 적절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주식 시장과 같기 때문에 조세저항이 적고, 소득 구간 별로 세율을 다르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상자산‧블록체인 기업 대다수가 속해있는 한국블록체인협회는 ‘거래세’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양도소득세를 도입할 경우 정부가 거래소로부터 가상자산 거래내역을 모두 받고 가상자산의 기준 시가도 산정해야 하는데, 이런 인프라는 아직 마련되지 않은 탓입니다. 협회는 현재로선 저율의 거래세를 도입하는 게 최선이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반면 정부가 택한 기타소득세는 전문가도, 업계 종사자도 대부분 반대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기타소득은 보통 복권, 상품권 같이 일시적, 우발적으로 발생한 소득을 말하는데, 일종의 투자 소득인 가상자산 거래소득을 이렇게 보기엔 무리가 있어서입니다.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가상통화 과세방안 심포지엄’에서 업계 종사자들과 전문가들은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지만, 해당 행사에서도 기타소득에 무게를 둔 주장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기타소득세를 택한 이유는 과세의 편의성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기타소득세를 부과하면 국내 거주자에게도, 비거주자 외국인에게도 과세하기는 훨씬 편해집니다. 250만원 이상 번 국내 거주자에게는 금액 별로 세율을 다르게 할 필요 없이 일괄적으로 20% 세율을 적용하면 됩니다.

또 기타소득세로 매겨야 ‘원천징수의무자’를 둘 수 있어 과세 편의성이 높아집니다.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비거주자(외국인)는 ‘원천징수의무자’인 가상자산거래소가 세금을 한 번에 뗍니다. 즉, 외국인이 거래소에서 원화 또는 가상자산을 출금할 때 거래소가 세금에 해당하는 부분을 떼고 지급하면 됩니다.

‘국내 블록체인 산업 위축될까’ 우려도

아쉬운 점이 많은 과세 방안으로 인해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 종사자들은 산업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거래소 폐쇄 검토” 발언으로 국내 가상자산 산업이 위축된 적은 있었지만, 정부의 지원으로 산업이 살아난 적은 없다는 게 업계의 의견입니다. 이 상황에서 과세부터 하는 것은 산업을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거죠. 과세가 시작되는 2021년 10월 이전에 ‘탈블(탈 블록체인, 블록체인 업계를 떠나는 것)’하겠다는 종사자들도 생긴 상황입니다.

한 암호호폐 전문 투자자는 “암호화폐를 합법적인 자산으로 제대로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 방안부터 마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단순히 투자에 대한 과세가 아닌 블록체인 분야에 적합한 합리적인 과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주식 시장에서의 비과세 기준과 암호화폐 시장에서의 비과세 기준이 극명하게 차이난다”며 “과세를 위한 과세가 아닌 형평성있는 과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500만원 벌면 약 50만원 세금…해외 거래소‧P2P도 자진신고 필수

그렇다면 도대체 세금을 얼마나 떼길래 비판의 목소리가 큰 걸까요? 내국인의 가상자산 거래소득에 대한 세율은 20%로, 지방세 2%를 합하면 실질적으로는 22%입니다.

소득금액은 양도대가(매도로 받은 대가)에서 취득가액(매수할 때 지불한 비용)과 필요경비(거래 및 입출금수수료)를 뺀 금액입니다. 계산은 연간 손익을 통산해서 합니다.

예를 들어 1년 간 비트코인(BTC)으로 1000만원을 벌고, 이더리움(ETH)으로 500만원을 잃었습니다. 필요경비가 없다는 가정 하에, 소득금액은 총 500만원입니다. 250만원까지는 비과세 구간이므로 나머지 250만원에 대해서만 20% 세율이 적용됩니다. 따라서 가상자산 투자로 500만원을 번 사람은 세금으로만 약 50만원을 내게 됩니다.

과세 대상은 가상자산의 양도 또는 대여로 얻은 대가입니다. 양도는 흔히 거래소에서 이루어지는 거래를 말하지만, 대여는 최근 부상하고 있는 가상자산 대출 서비스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최근 많은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보유한 가상자산을 빌려주거나 예치함으로써 이자를 받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서비스로 얻은 소득도 과세 대상입니다.

해외 거래소나 P2P(개인 간) 거래를 이용할 경우 탈세를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이런 경우에도 반드시 자진 신고해야합니다. 정부는 해외 거래소를 통해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도 신고하는 게 원칙이라는 점을 밝히며, 해외금융계좌 신고 대상에 가상자산을 추가하고 자금출처조사 등을 통해 신고를 유도하겠다고 했습니다. 무신고시 가산세 20%가 부과되며 해외거래 무신고 시에는 60%까지 부과됩니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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