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고부가가치 인쇄회로기판(PCB) 수요가 늘어나면서, 관련 업계는 쾌재를 부르고 있다. 다만 PCB 장비는 일본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수출규제 리스크가 잔존하는 만큼 국산화 필요성이 대두된다. 일부 국내 업체가 장비 개발에 나선 상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미쓰비시, 히타치 등은 PCB 장비 시장점유율 95%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독점 체제다. 주요 원재료도 일본 업체로부터 조달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PCB는 반도체 칩, 박막트랜지스터(TFT) 등의 회로를 재현해 놓은 기판이다. 전자제품 내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녹색의 회로판으로, 부품 간 연결 및 지지대 역할을 한다. 종류에는 F(FLEXIBLE)PCB, BGA(Ball Grid Array), IC(Integrated circuit) 서브스트레이트, MLB(Multi Layer Board) 등이 있다.
HDI(High Density Interconnection) 등 상대적으로 기술장벽이 낮은 제품은 중국 업체들 득세다. 저가물량 공세가 통한 셈이다. 대신 국내 업체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5세대(5G) 이동통신, 자율주행차 관련 PCB로 수익성을 확보하는 분위기다.
대기업 계열사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을 비롯해 대덕전자, 코리아써키트, 비에이치, 인터플렉스 등이 국내 PCB 시장을 이끌고 있다. 문제는 이들 업체의 소재, 장비 분야 일본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전자부품 업계 관계자는 “PCB 소재는 두산 등으로 대체하고 있지만, 장비는 여전히 일본산을 많이 쓴다. 독일, 네덜란드 업체 제품도 사용했지만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일본 수출규제 당시 관련 장비는 이슈화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리스크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긍정적인 소식도 있다. 태성, 기가비스 등 국내 업체들이 일부 PCB 장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태성은 PCB 전처리 공정에 활용되는 장비를 생산 중이다. 정면기(기판 연마기), 습식장비(세정장비) 등이 주력이며, 국내외 PCB 업체들은 고객사로 두고 있다. 동분여과기, 세라믹브러시 등도 공급하고 있다.
기가비스는 PCB 2차원 자동광학검사기(AOI)를 양산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PCB를 검사하는 초고해상도 검사기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회로 수리, 데이터 전송시스템 등도 납품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아바코는 독일 슈미드 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 PCB 장비에 진출했다. 양사는 PCB 건식장비는 공동 개발했다. 해외 고객사 납품에 성공, 향후 국내 업체와 거래 가능성이 높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출규제 이후 국산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본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기술력에서 일본 업체에 미치지 못한 분야가 많지만, 점차적으로 국산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