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수돗물 유충’ 사태, 정수기 회사 바빠진 이유?

이안나
- 고객 문의 급증 … 판매량 증대까진 ‘아직’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인천에서 처음으로 발견돼 논란이 된 ‘수돗물 유충’ 사태가 전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가정에서 원수(原水)인 수돗물을 식수로 정화하는 정수기를 두고 소비자들의 문의가 급증했다. 다만 판매량은 소폭 증가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렌털업계에 따르면 ‘수돗물 유충’ 사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이달 초순부터 국내 정수기 제조사들엔 정수기 필터 관련 문의가 증가했다. 주로 정수기 필터가 유충을 걸러낼 수 있는지, 안심하고 정수기 물을 마셔도 되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국내 정수기 업체들은 유충 정도 크기는 필터 1단계에서 모두 걸러지며, 눈에 보이지 않는 금속·바이러스까지도 거르기 때문에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코웨이 관계자는 “RO멤브레인 필터는 머리카락의 수 만분의 1크기의 이온물질인 0.0005 마이크로미터(㎛) 크기까지, 나노트랩 필터는 0.5~1 마이크로미터(㎛) 입자 크기까지 제거 되기 때문에 정수기를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고 전했다. 청호나이스도 “RO멤브레인 필터는 중금속, 박테리아, 유기화학물질 등 유해 이온성 물질까지 제거한다”고 말했다. SK매직 관계자는 “유충 크기는 1단계 카본필터에서 모두 걸러진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수기 필터 관련 문의는 급증한 반면 정수기 판매는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수돗물 유충 사태가 발생한지 얼마 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정수기는 샤워기 필터나 생수처럼 손쉽게 구매하고 설치하기엔 고려요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고객문의를 살펴봐도 직접적으로 필터 교체를 문의하는 등 구매 상담보다는 정수기가 유충을 거르는지 불안감을 해소하고 확인하기 위한 사례가 대다수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판매량도 큰 폭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까진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한다는 분위기다. 코웨이·SK매직 등 렌털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 서구에서 붉은 수돗물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소비자 문의는 급증한 반면 판매량은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당시 SK매직은 소비자들에게 필터 교체를 한 번 더 실시하고 비용을 정부에게 청구하는 방식을 실시하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 판매량에 큰 변화는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문의가 늘어나고 이를 통해 정수기를 써야겠다는 경각심을 갖게 되는 소비자도 있지만 한번 계약하면 3~5년을 써야 하고 가격도 마냥 저렴한 편이 아니라 장벽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수돗물 유충 사태는 지난 9일 인천시 서구 왕길동에서 처음 신고가 접수되며 시작됐다. 이후 19일까지 인천에서만 626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수돗물 유충' 발견 신고가 서울·인천·경기 등 각지에서 접수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이안나
anna@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