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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웃 일촉즉발’ CJ ENM-딜라이브, 정부 중재 먹힐까?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CJ ENM과 딜라이브의 프로그램사용료 분쟁이 자칫 ‘블랙아웃’으로 번질 위기다. 정부도 황급히 중재에 착수했지만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채널계약 분쟁을 최소화할 제도적 장치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다.

5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다음주 중 CJ ENM과 딜라이브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고 중재에 나선다. 날짜는 7일 또는 9일이 언급된다. 블랙아웃(채널송출 중단)이 예고된 17일 전 합의점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CJ ENM은 유료방송사에 프로그램 사용료 20% 인상을 요구했으나 딜라이브를 포함한 일부 사업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협상이 어려워지자 CJ ENM은 이달 17일 tvN과 OCN, 엠넷 등 총 13개 채널에 대한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한 상황이다.

◆ 허울 뿐인 정부 중재, 사업자 의지에 달려

과기정통부가 중재에 나서긴 했지만 상황 반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말 그대로 중재일 뿐 실질적인 구속력이 없어 사업자가 안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사후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분쟁조정절차도 사업자의 신청이 있어야만 시작할 수 있다. 직권조정안은 지난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된 상태다.

정부 가이드라인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중단할 수 없다’는 금지행위가 있긴 하지만 ‘정당함’의 범위가 애매하다. 무엇보다 지금까지는 IPTV나 케이블TV 등 플랫폼을 보유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일방적 계약중단에 관한 금지행위만 있고 CJ ENM과 같은 채널사용사업자(PP)에 대한 규제는 딱히 없는 상황이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최악의 경우(블랙아웃)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올해 초 불거진 CJ ENM과 LG유플러스의 프로그램 사용료 갈등도 이번 사태와 마찬가지로 블랙아웃이 우려됐지만 결국 합의에 이른 바 있다. 채널 송출중단은 결국 소비자들의 시청권 침해로 이어지는 만큼, CJ ENM도 협상 의지를 시사하고 있다.

◆ 서로 ‘을’ 자처하는 SO·PP, 관계 재정의 필요

중장기적으로는 채널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한 법 개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다. 제도개선을 위해서는 SO와 PP의 관계 재정의가 우선이다. 지금까진 플랫폼 사업자인 SO가 채널을 제공하는 PP에 우월적 지위를 앞세워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콘텐츠 가치가 높아진 지금에는 맞지 않는 해석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 이번 사태에서 CJ ENM과 딜라이브는 서로 ‘을’의 입장을 자처하고 있다. CJ ENM은 지난 5년간 프로그램 사용료가 동결이었음에도 이번 인상안을 반대하는 것은 대형 사업자의 지위를 내세운 압박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딜라이브 역시 CJ ENM이 콘텐츠 파워를 볼모로 중소·개별 PP 몫을 빼앗고 있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케이블업계 한 관계자는 “방송법상 등록사업자인 PP보다 허가사업자인 SO가 재허가 조건으로 프로그램 거래와 관련한 규제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까진 플랫폼 사업자가 PP보다 우월하다고 판단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형평성을 생각하면 PP도 함께 의무를 지게 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반면 PP업계는 콘텐츠 가치가 지금까지 저평가돼왔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PP업계 한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들은 모수를 정해놓고 그 안에서 프로그램 사용료를 지급하면서, 한쪽 PP가 사용료를 인상하려고 하면 마치 다른 PP 몫을 뺏는 것처럼 주장하는데 그 전제 자체가 틀렸다”면서 “콘텐츠는 비용이 아닌 투자”라고 강조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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