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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게임엔 ‘일본 불매’ 없다

이대호
넘쳐나는 정보 속 쉬이 지나칠 수 있는 기술 이슈를 재조명합니다. 뛰어난 기술과 함께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정보기술(IT) 현안을 분석하고 다시 곱씹어볼 만한 읽을거리도 제공합니다. 기술과 세상이 만나는 지점을 따스한 시각으로 ‘클로즈업’하는 연중 기획을 진행합니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플레이스테이션(PS) 콘솔(비디오게임기) 최고 기대작 중 하나인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라오어2)’가 발매된 이후 혹평에 시달리고 있다. 대다수 게이머들이 기대한 것과는 다른 전개 때문이다. 망작, 흉물 등 거침없는 발언이 오간다. 한 유명 인플루언서는 게임 방송 도중에 라오어2 게임 패키지를 가위로 잘라버리기도 했다.

이처럼 게임과 정보기술(IT) 관련 커뮤니티에서 라오어2에 대한 혹평이 오가는 와중, 일각에선 ‘일본 제품 불매’ 이슈화도 이뤄지고 있다.

주된 문제 제기는 ‘게임은 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서 논외로 하느냐’는 것이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 발매 이후 외신이 다룰 만큼 국내 열풍이 크게 이슈가 됐고 라오어2도 재차 문제 제기가 되는 분위기다.

◆문화적 잠식의 결과…한술 더 뜨는 중국·대만

게임 시장만 본다면 세간의 일본 제품 불매 운동과는 온도차가 있다. 1990년대 국내 PC온라인게임이 뿌리를 내리고 PC방, e스포츠가 태동하면서 콘솔의 영향력이 약해졌다고 해도 그 이전부터 콘솔 게임을 즐긴 게이머들이 있다. 문화적 잠식이 오랜 기간 진행됐다. 지금도 콘솔에선 일본 게임이 상당한 비중을 이루고 있다. 게임이 오랜 취미이자 생활이 되면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게임을 제외한 선택적 불매 운동이냐’는 세간의 비아냥에 일부 게이머들은 ‘각자가 하고 싶으면 참여하는 운동’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커뮤니티에선 ‘눈치껏 하자’, ‘불매를 누가 강요하면 싫다’, ‘최소한 혼자 조용히 하라’ 등 여러 의견이 오간다.

차이나조이 2019 부스 전경
차이나조이 2019 부스 전경
국내를 벗어나 아시아권 주요 게임 시장인 대만과 중국은 어떨까. 대만은 콘솔 위주 시장이 자리 잡히면서 일본 게임이 주류를 이루는 상황이 됐다. 타이페이게임쇼를 가보면 대표 포스터부터 출품작, 전시 부스 구성 등에서 일본의 도쿄게임쇼와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모바일게임이 유행하면서 그나마 일본 게임 비중이 희석된 상황이다.

중국은 일본보다 더욱 일본스러운(?) 게임을 만드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인기를 끈 붕괴서드(3rd) 등이 대표적 사례다. 캐릭터 작화는 일본 애니메이션풍으로, 중국어 대신 일본어 음성녹음만 넣은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차이나조이 게임쇼에선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부각된 중국산 게임의 부스가 더욱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매번 되풀이될 이슈…차세대 PS5 발매 시 격론 전망

열혈 게이머들 입장에서 일본 게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평생 아이템’이다. 세간에서 지적하는 ‘선택적 불매’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동물의숲, 라오어2는 구매해도 유니클로는 불매한다’는 게이머들이 적지 않다. 해당 기업의 역사나 경영인의 태도를 보고 제품 불매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게이머들 입장에선 나름의 선택을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내년 하반기엔 동물의숲보다 더 큰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가 차세대 콘솔인 PS5 발매를 예고했다.

PS5는 이른바 콘솔 게이머 입장에서 ‘필수 구매(필구)’ 제품이다. 초기 물량이 많지 않다면 대란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계속 이어진다면 커뮤니티 이곳저곳에서 격론이 일어날 전망이다.

◆경쟁력 있는 한국산 IP 나올까

이처럼 게임은 ‘일본 제품 불매’가 통하지 않는 시장이다. 콘솔 게이머들이 오랜 취미에 변화를 주기는 쉽지 않다. 게임업계가 경쟁력 있는 지식재산(IP)을 개발해 국내와 일본 등 전 세계에 성공시키는 것이 불매 논란을 희석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다만 자체 IP 개발은 쉽지 않다. 게임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업체 입장에선 투자 대비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유명 IP의 재활용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실제로 게임업계 전반이 IP 재활용에 몰두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넥슨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넷마블 ‘스톤에이지 월드’ 등이 대표적 사례다. 하반기엔 던전앤파이터, 서머너즈워, 블레이드&소울, 세븐나이츠, 미르의전설2 등 국내 대표 IP 기반 게임들이 출시를 앞뒀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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