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웅 칼럼

[취재수첩] 정치인 휴양소된 방통위 상임위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선정을 놓고 말들이 많다. 방송과 통신의 규제 업무를 다뤄야 하는 방통위가 일부 정치인들의 휴양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상혁 위원장을 비롯해 여당 추천인 허욱 위원과 국민의 당 추천의 표철수 위원의 임기는 7월까지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8월 중도사퇴한 이효성 위원장의 잔여 임기를 수행한 만큼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논란의 핵심은 허욱, 표철수 위원의 후임이다.

여당 몫으로는 김현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의 방통위행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은 방통위원으로 오기 위해 탈당했다. 방통위설치법에 방통위원은 정치활동에 관여할 수 없고 당원이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의원은 19대 총선때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한양대에서 사학을 전공했다. 19대 국회에서는 안전행정위원회, 정보위원회, 운영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다. 정보통신과 미디어 분야에서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야당에서도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정치인 출신 상임위원을 보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SBS 앵커 출신인 홍지만 전 국회의원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안형환 전 국회의원이 방통위에 합류했고 지난 11월 합류한 김창룡 교수는 가짜뉴스 전문가로 알려져있다. 당이 추진하는 이슈나 소속 의원들의 현황에 따라 정치적 인물들로 방통위원이 구성되고 있는 셈이다.

과거에도 방통위 위원 중에는 정치인 출신이 적지 않았다. 초대 위원장인 최시중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 방통대군 등으로 불리우며 보수 매체 중심의 종합편성채널 탄생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1기 위원회 활동을 마치고 연임에 성공했지만 결국 부정부패에 연루되며 불명예 퇴진했다.

4선 출신인 이경재 전 국회의원도 방통위 위원장직을 수행했었다.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로 여야 상임위원간 논쟁 조율의 임무를 부여받았다. 이경재 위원장 역시 방송통신 분야 전문가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허원제 전 의원의 경우 3기 방통위에 몸담았다 하지만 총선출마를 위해 중도 하차하기도 했다. 방통위가 잠시 휴지기를 갖는 정치인들의 휴양지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최근에는 고삼석 상임위원이 중도하차하며 총선출마에 도전했었고 양문석 전 상임위원도 연이어 국회 입성을 노리고 있다.

종편 출범과 안착이라는 거대한 미션이 끝난 이후 정치색이 점점 옅어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전문성이 강화된 것도 아니었다.

물론, 합의제인 상임위 특성을 감안할 때 전체 위원들이 모두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단 한명의 산업으로서의 방송과 통신분야의 전문가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나마 방송통신 정책업무에서 잔뼈가 굵은 공무원 출신 상임위원도 명맥이 끊긴지 오래다.

방송과 통신의 규제 영역은 진흥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현재의 미디어 시장은 넷플릭스 등 글로벌CP와 국내 CP 및 통신사와의 갈등에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들이 등장하며 규제와 진흥 영역에서 올바른 선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통신 역시 4차산업혁명의 기초가 되는 5G 등 네트워크 분야에서의 발전을 위해 규제의 수준을 어디까지 가져갈지, 그리고 이용자보호와 산업진흥은 어떻게 조율할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하지만 비전문가들로 구성된 방통위 상임위원회가 제대로 된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현재의 수준이라면 사무국이 마련한 정책들에 도장만 찍는 수준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방통위원은 차관급이다. 어느 부처가 차관들을 이렇게 정치인들로만 구성하는지 의문이다.

과거 보수정권이 권력을 잡았을 때 방통위는 충분히 정치적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며 보다 합리적이며 전문적인 방통위가 되기를 기대했지만 시계추는 오히려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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