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지 칼럼

[취재수첩] “2G는 됐고, 01X 번호는 쓰고 싶어요”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SK텔레콤 2G 서비스가 종료된다. 5G가 상용화되고 6G 연구까지 진행되고 있는 현재 통신기술 진화 상황을 봤을 때 자연스러운 순서다.

하지만, 일부 01X 사용자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011’ ‘017’과 같은 01X 번호를 사용하는 SK텔레콤 고객은 2021년 7월부터 해당 번호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2G 종료는 곧 010 번호로 이동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업상 번호를 바꾸면 거래처와 연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토로부터, 추억이 담긴 번호를 바꿀 수 없다는 사연도 나온다. 각자 이용자가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01X 번호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결론은 같다. 3G, 4G, 5G로 서비스를 전환하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번호는 그대로 유지해달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010통합반대운동본부는 SK텔레콤 2G 종료를 승인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결정에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현재 진행 중인 민사소송뿐 아니라 추가 헌법소원에도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담당 공무원에 대해 감사원 국민감사청구 요구까지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가 관철되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정부가 010번호통합정책을 시행한 시점은 2004년 1월이다. 정부는 번호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며 01X 식별번호를 010으로 통합했다. 당시 SK텔레콤은 011 번호를 브랜드화하면서 앞자리 번호만으로 이용자가 프리미엄 가치를 소유하고 있다고 인식하게 했다. 현재 통신시장에 빗대보면, 앞자리 번호만으로 상대방이 어떤 통신사를 이용하는지, 알뜰폰 가입자인지 알 수 있었던 셈이다. 이를 통해 SK텔레콤은 시장점유율 절반 이상을 획득했고, 번호로 이용자 차별이 발생하는 등 공정경쟁 논란이 불거졌다.

이를 시작으로 정부가 010번호통합정책을 15년 이상 가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01X 번호를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통신사가 2G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뿐이다. 이는 전체 이용자 약 1.2%로 집계되는 2G 가입자 번호 유지를 위해 막대한 비용과 통신 재난 리스크를 떠안으라고 기업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과 다름없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SK텔레콤 2G 가입자 수는 전체 이동통신가입자 1.2%에 해당하는 38만4000명으로, 이 중 28만4000명이 01X 번호를 사용하고 있다. 1년 이상 음성‧문자 수·발신이 전혀 없는 경우는 약 2만4000명, 착신 전환으로만 이용하는 경우는 약 9만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2G 서비스를 지속하기 위해 매년 수백억원의 유지비용을 쏟아야 한다.

돈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2G망이 생각 이상으로 노후화됐다. 장비도 단종됐으며, 해외 주요 통신사도 2G를 종료했기 때문에 부품조차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동통신 기지국은 이중화를 통해 한 장비에서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장비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런데, SK텔레콤 2G 이중화율은 20%에 불과하다. 장비와 부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지국에 장애가 발생할 경우, 2G 가입자는 불통사태를 겪어야 한다. 극단적으로 재난‧화재 상황에서, 2G 가입자는 기지국 장애로 지인들과 의사소통조차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긴급한 상황을 고려해 정부는 SK텔레콤 2G 종료를 승인했다.

선례도 있다. 이미 KT는 2012년 2G를 종료했다. 당시에도 번호변경에 대한 반발이 있었고, 소송도 전개됐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이용자들이 제기한 위헌확인 헌법소원 사건과 관련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청구를 각하하고, 010번호통합 필요성을 인했다. 이에 KT 01X 가입자는 010으로 번호를 변경해야 했다.

만약 SK텔레콤 01X 번호유지를 결정한다면, 과거 KT건과 연결해 010으로 번호를 변경한 기존 가입자와 형평성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미 01X 이용자들이 SK텔레콤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1심도 이용자가 패소했다. 이번에도 01X 이용자 승소가능성이 적다는 판단이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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