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공청기 vs 제습기 같은 듯 다른 운명…이유는?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가전제품 종류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제품들이 필수가전으로 안착하는 건 아니다. 불티나게 상품이 팔리다가도 날씨나 대체재의 등장, 사람들의 관심사에 따라 분위기가 한순간에 역전되기도 한다.

공기청정기 성장세가 무섭다. 2017년 140만 대 수준이었던 공기청정기 국내 시장규모는 올해 400만 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에어가전 중엔 제습기가 공기청정기보다 먼저 큰 유행을 타며 필수 가전제품으로 떠올랐다. 제습기 시장이 커지자 파생적으로 휴대용 미니제습기가 떠올랐다. 공기청정기도 최근 휴대용 공기청정기가 떠오르며 제습기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제습기는 필수가전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유행이 금방 사라졌다. 국내 제습기 시장규모는 2012년 45만대에서 2013년 130만대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 해 80만대 수준으로 급감했고 현재도 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제습기 강자인 위닉스는 급감한 시장 규모에 다량의 재고를 남기는 사태를 겪었야 했다. 제습기 판매로 소비자들에게 이름을 알린 위닉스는 현재 공기청정기를 주력 제품으로 최근 건조기까지 출시했다. 제습기 비중이 그만큼 낮아졌다.

위닉스 관계자는 “여전히 제습기 수요가 있긴 하지만 시장자체가 성숙기에 접어들어 판매량은 완만한 우상향을 유지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공기청정기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제습기와 비슷한 절차를 밟게 될까?

9일 위닉스·LG전자 등 가전업계에 따르면 공기청정기는 성장률이 정체될 순 있지만 제습기와 달리 필수 가전제품으로 안착해 꾸준히 팔릴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제습기 인기가 사라진 이유를 살펴보면 공기청정기가 같은 절차를 밟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분명해진다.
◆ 여름철 장마용 제품 vs 사계절 제품의 차이=제습기의 판매곡선은 ‘장마철’과 깊은 관계가 있다. 장마철이 길었던 시기에 제습기 수요가 증가한 반면 최근 3~4년간 비가 적게 올뿐더러 마른 장마가 이어져 제습기 구매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반면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황사가 심한 봄철에 판매가 더욱 집중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계절용 제품이다. 미세먼지 체크가 매일 아침 필수사항이 된 것처럼 공기청정기 역할도 꾸준하다는 셈이다.

에어컨·의류관리기 등 대체재 증가도 제습기 수요를 꺾었다. 최신 에어컨 제품들은 작동시 자연스럽게 제습기능도 함께 작용한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에어컨을 하루종일 틀어놓기에 전기료가 부담스러워 제습기를 따로 구매했지만 최근엔 모터 발전으로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어놓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제습기는 빨래를 말릴 때도 사용됐는데, 이는 건조기가 상당부분 대체했고, 일부 의류관리기에도 제습 기능이 들어가있어 소비자들은 이를 활용하고 있다.

물론 에어컨에도 공기청정 기능이 들어가 있지만 단독제품의 공기청정기 성능이 훨씬 우수하기 때문에 이를 필요로 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제습기 역시 단독 제품 성능이 훨씬 우수하다”며 “지금은 제습의 필요성이 강하지 않아 에어컨·의류관리기 등의 제습 기능으로 만족하지만 장마가 길거나 비가 많이 오면 제습기 판매량은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제습기에 없지만 공청기엔 있는 ‘교체&잠재수요’=세탁기와 냉장고는 거의 모든 가정이 갖춘 제품으로 신규 수요가 많지 않을 것 같지만 국내 시장에서 각각 150만대, 냉장고 200만대씩 꾸준히 팔리고 있다. 위닉스에 따르면 제습기는 한 번 사면 교체하지 않고 오래 쓰는 품목인 반면, 공기청정기는 평수가 넓은 모델이나 인공지능(AI)을 적용한 모델 등 계속해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공기청정기에 탑재하는 센서도 발전 중이다. 얼마 전까지 PM1.5 센서 중심에서 최신 모델들은 0.1마이크로미터(㎛) 크기 초미세먼지까지 감지하는 PM1.0을 탑재 중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보급률이라는게 있으니 공기청정기 시장도 마냥 고속성장할 수는 없다”면서 “그럼 세탁기·냉장고처럼 안정적 판매를 유지하게 되는데, 가령 200만대에서 정체됐으면 매년 그 정도 규모로 판매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공기청정기는 가정마다 구매하는걸 넘어 방마다 두는 추세여서 아직까지 잠재적 수요는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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