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유진테크가 SK하이닉스를 지원사격하고 있다. 싱글형 원자층증착(ALD) 장비에 이어 배치형도 공급할 예정이다. 배치형은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이 독점하는 제품이다. SK하이닉스는 유진테크를 통해 특정 장비의 일본의존도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유진테크는 배치형 ALD 장비를 오는 2021년부터 SK하이닉스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미 인증을 완료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은 라인마다 적합한 장비가 정해져 있다. 기존 라인에는 적합성 테스트를 통과한 장비를 넣고, 새로운 라인에는 신규 제품을 사용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유진테크의 배치형 ALD 장비가 내년에 들어가는 이유다.
ALD 장비는 반도체 증착 공정에서 활용된다. 증착은 실리콘 기판 위에 박막을 성장시키는 공정이다. 박막을 단계적으로 겹겹이 쌓아가는 방식이다. 박막은 반도체 회로 간의 구분과 연결, 보호 역할을 담당한다. 박막을 최대한 얇고 균일하게 형성할수록 반도체 품질이 향상된다.
기존 증착 방식으로는 화학기상증착(CVD), 물리적기상증착법(PVD) 등이 있다. 다만 미세공정이 강화되면서, 새로운 방식이 필요해졌다. ALD는 물질공급, 여분 제거의 과정을 반복하며 박막을 쌓는다. 박막 두께조절 문제를 가진 CVD, PVD 대비 얇은 막을 형성할 수 있다.
유진테크는 싱글형 ALD 장비가 주력인 업체로, SK하이닉스가 주요 고객사다. 최근까지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에 해당 장비를 투입했다. 우시 공장은 D램을 양산하는 곳이다. 코로나19 확산에도 공장은 정상 가동 중이다. 유진테크는 지난 20일 134억원, 지난 2월10일 115억원, 지난해 12월17일 139억원, 지난해 8월8일 92억원 등의 계약을 SK하이닉스 중국 법인과 체결했다.
그동안 유진테크가 싱글형 ALD 장비를 주로 납품했다면, 내년부터는 배치형도 공급할 방침이다. 싱글형과 배치형 차이는 가동 시 다룰 수 있는 웨이퍼 수다. 싱글형은 1개, 배치형은 50~100개 한 번에 웨이퍼를 처리할 수 있다. 속도와 효율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특히 ALD는 과정 특성상 박막의 성장 속도가 느리다. 배치형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배치형은 TEL 100% 점유해오던 분야다. 일본 수출규제 이후 국산화 비중을 높이고 있는 국내 반도체 업계 분위기상, 유진테크의 배치형 공급은 긍정적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이후 잠잠해졌지만, 국내 업체들의 탈(脫)일본 기조는 여전하다”며 “우리나라 장비업체들이 일본 기업을 대체할 제품을 내놓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제조사들은 항상 멀티 벤더를 두고 싶어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호재”라고 분석했다.
한편 삼성전자도 유진테크의 배치형 ALD 장비를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6월 결과가 나올 에정이다. 삼성전자 인증도 마무리하면, 유진테크는 매출처 확보가 수월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