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인텔이 통신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새로운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인텔은 하드웨어(HW)에서 소프트웨어(SW) 중심의 통신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 통신장비업체와 경쟁이 불가피하고, 메모리 업체는 매출처 확대가 기대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네트워크 가상화’라는 목표를 세우고, 관련 사업을 키우고 있다. 이는 기존의 유선 연결, 스위치 및 기타 장비 등을 클라우드화하는 개념이다. 즉, 가상 네트워크를 구성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통신망은 기지국을 중심으로 각각의 통신 서비스를 위해 개별 하드웨어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통신 장비는 삼성전자,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 등이 제공한다. 문제는 통신망마다 개별 장비를 설치하면, 투자비 증가 및 효율성 감소로 이어지는 점이다. 4세대(LTE)에서 5G로 넘어가는 식의 세대교체마다 장비도 변경해야 하는 탓이다.
인텔은 해법으로 서버 기반 가상화를 제시했다. 핵심망(코어망), 통신용 초소형 기지국(펨토셀) 등에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제온 프로세서’를 탑재해 SW로 제어하는 방식이다. 호환성이 높아져, 특정 업체 및 장비에 얽매이지 않게 된다.
최근 인텔은 5세대(5G) 이동통신 기지국에 쓰일 반도체 칩과 네트워크 어댑터 등을 공개했다. 10나노미터(nm) 기반 시스템온칩(SoC) ‘아톰 P5900’, 2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주문형반도체(ASIC) ‘다이아몬드 메사’ 등이다. 특히 아톰 P5900은 인텔 아키텍처를 코어에서 엑세스는 물론, 네트워크의 최전선인 엣지까지 확장한다. 가상 컴퓨팅 환경, 초저지연 등 5G 기지국에 필요한 기능도 제공한다.
댄 로드리게즈 인텔 네트워크 플랫폼 그룹 총괄은 “5G와 클라우드는 신성장 동력이다. 오는 2023년까지 네트워크 기반 반도체 시장은 650억달러(약 77조4410억원)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2021년 네트워크 기지국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40% 달성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인텔은 오는 2024년 코어망 80% 이상이 가상화 기반으로 작동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전 세계 통신업체 네트워크 가상화에 동참하고 있다. 국내 SK텔레콤, KT 등은 네트워크 인프라 가상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노키아는 5G 에어스케일 무선 접속 솔루션에 아톰 P5900을 장착하기로 했다. 양사는 통신 클라우드화 작업에 협업할 방침이다. 일본의 제4통신사로 선정된 라쿠텐은 모든 네트워크 인프라를 가상화하기로 했다. 미국 통신사 AT&T는 연내 75% 이상을 가상화할 계획이다.
인텔의 큰 그림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메모리 ‘빅3’에 호재다. 통신 네트워크가 서버 형태로 바뀌면, D램 및 낸드플래시 수요 역시 늘어나는 덕분이다. 이들 업체는 지난 2017년~2018년 데이터센터 구축 열풍에 힘입어, 초호황을 누렸다. 지난해는 서버 고객사의 메모리 재고 조절 영향 등으로 매출이 급감했다. 올해 서버용 메모리 수요의 견조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통신 시장 진출이 본격화될 경우 매출 확장을 이뤄낼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메모리 업체들은 통신 시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개별 장비를 구축해, 메모리 수요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방식의 네트워크가 구현되면 D램과 낸드의 수요가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인텔의 아톰 P5900은 삼성전자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에서 양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PU 공급 부족을 겪고 있는 인텔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CPU 제외한 제품군을 파운드리 업체에 맡기고 있다. 아톰 P5900은 극자외선(EUV) 기반 7나노 공정에서 생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