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코로나19’ 영향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지각변동이 감지된다. 중국 내 공장을 둔 애플, 화웨이, 샤오미 등이 제품생산에 차질을 겪고 있어서다. 업계에서 삼성전자의 생산거점 변경이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부터 중국 스마트폰 공장 폐쇄를 시작했다. 인건비 상승, 기술 유출 우려, 중국 내 점유율 하락 등이 이유다. 지난해 10월 광둥성 후이저우 공장을 끝으로 중국 철수를 마무리했다. 현재 베트남과 인도 ‘투트랙’ 구조다. 국내에서는 연구개발(R&D) 위주인 구미2사업장이 유일한 휴대폰 생산기지다. 삼성전자가 움직이자, 협력사들도 탈(脫)중국에 동참했다. 덕분에 이번 코로나19에도 스마트폰 공장은 정상 가동 중이다.
반면 경쟁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은 전 세계 스마트폰의 70%가 양산되는 곳이다. 애플 아이폰은 90% 이상 중국에서 납품된다. 아이폰 제조를 맡는 대만 폭스콘, 페가트론 등은 우한 등 중국 전역에 부품 및 조립공장을 두고 있다. 폭스콘의 경우 춘절 연휴 기간 생산 중단했던 공장들이 코로나19 영향으로 정상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원들이 공장 복귀를 주저하고, 부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최근 페가트론은 베트남에 공장을 설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지난 18일(현지시각) 투자 지침 자료를 통해 “예상보다 중국 현지 공장의 정상화가 늦어지고 있다”며 “목표로 했던 1분기 매출 수준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공장 정상화 지연에 따른 공급 부족과 중국 내 매장 폐점으로 인한 영향이다.
다음달 말 공개되는 애플의 보급형 모델 ‘아이폰SE2’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아직 일정 변동 언급은 없지만, 아이폰SE2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오는 4월 실적발표를 통해 코로나19 타격 수준이 구체적으로 제시될 전망이다.
중국 업체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공장 가동은 물론 기존 물량 판매도 문제다. 주요 도시의 스마트폰 판매 점포가 휴업에 돌입, 최대 판매 채널이 막혔다. 관련 공급망 및 유통망도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필요, 중국 경제 전반으로 피해가 퍼진 상태다. 화웨이는 자국 판매 비중이 높아, 큰 타격이 예상된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중국 공장을 없앤 것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하늘이 도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라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경쟁사의 차기 모델 출시가 밀릴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도 상반기 모델을 좀 더 오래 끌고 갈 수 있다. 경쟁사 제품이 안 나오면, 굳이 새 모델을 빠르게 출시할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 삼성전자 역시 손해다. 주요 생산지를 베트남, 인도 등으로 이전했지만 협력사 등의 부품은 여전히 중국에서 조달받기 때문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삼성전자에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길어지면 모든 업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전년동기대비 20% 정도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시장 역시 5% 수준의 감소세가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