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우한 폐렴’ 글로벌경제 변수로…IT업계 ‘위기대응’전략 불가피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중국 허베이성 우한(武漢)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일명 ‘우한 폐렴’)가 중국 보건당국의 우한시 봉쇄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밝힌 공식 사망자는 현재(27일 기준)까지 80명, 확진자는 중국내 30개 성(省)과 홍콩·마카오·대만 등지에서 2800여명에 달하는 등 크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중국 당국이 초기 대응에 실패했고, 사실상 춘제 기간동안 중국 전역으로 우한 폐렴이 확산됐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연초부터 돌출된 중국발 악재에 신속하게 대응하기위해 국내 산업계의 위기대응 전략 마련도 시급해졌다. 정부가 ‘우한 폐렴’ 방역에 다행히 성공하더라도 우리의 주요 교역 대상국인 중국 시장의 내수 침체는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한 폐렴’의 위험성을 세계가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시장의 공포의 수위도 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선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 가급적 빠른 시간내에 사태가 진정되는 모습을 보여줘야하는데 아직은 그런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단 ‘우한 폐렴’은 글로벌 증시에 분명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 증시는 설연휴로 27일까지 열리지 않았지만 27일 개장한 일본 니케이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483.67 포인트 떨어진 23,343.51을 기록했다. 2%가 넘는 큰 폭의 하락이다.

춘제로 휴장중인 중국 증시는 지난 23일 상해A 지수가 전일대비 -2.75% 하락한 3,118.92을 기록한채 마감한 바 있다. 앞서 미국 다우지수는 지난 24일, 전일대비 170.36 포인트 하락한 28,989.73로 마감됐다. 4 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우리의 입장에선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가 글로벌 경기의 회복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고민일 수 밖에 없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위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침체를 겪긴했지만 한국의 수출중 반도체의 비중은 여전히 20%를 넘는다. 지난 2018년 반도체 수출액은 1267억 달러로 기록, 단일 품목중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선 바 있다.
중국 우한시 '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환자 이송 <뉴스화면 캡쳐>
중국 우한시 '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환자 이송 <뉴스화면 캡쳐>

앞서 국내 주요 연구기관들은 올해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 그리고 중국 경제지표의 호전을 전제로 반도체 시장 회복과 반도체 단가 회복세를 점쳤다. 실제로 최근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는 등 V자 반등을 보여왔다.

하지만 우한 폐렴이 확산되고 있는 지금은 그 전제의 일부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를 전년대비 5~1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는데 현재로선 우한 폐렴의 변수를 제외한다면 의미없는 수치다.

◆전세계로 확산되는 ‘우한 폐렴’ 공포 = 우리 정부는 28일부터 우한시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공항 검색을 강화하는 등 방역 대상과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국내에선 27일 오전까지 우한 폐렴 확진자는 4명으로 늘었다. 현재 미국 5명 등 중국 본토이외의 지역에서 총 50건의 확진 사례가 나옴에 따라 ‘우한 폐렴’이 전세계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미국과 프랑스 등 주요 국들은 우한시에 거주하는 자국민을 대피시키기위한 전세기를 띄우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우한 폐렴’을 치료하기위한 백신 등 치료약물은 아직 없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보건당국은 에이즈(AIDS) 치료용 약물이 ‘우한 폐렴’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고 있으나 효과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CNN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우한 폐렴 바이러스를 잡기위한 백신 개발과 관련, 임상 시험의 첫 단계가 진행될 때까지 몇 개월이 걸리고 백신을 사용할 수있을 때까지 1 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3년 ‘사스’ 대응처럼, “방역 성공해야 피해 최소화” = ‘우한 폐렴’사태로 중국 시장의 침체는 이제 불가피한 상황이 됐지만 만약 국내 방역에 실패하면 그 피해는 더 심각해 질 수 있다.

지난 2003년 중국 광동성 지역에서 발생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일명 ‘사스’)이 창궐했을 당시 우리 정부는 강력한 방역 대책으로 베트남, 싱가포르 등 인근 아시아권 국가들과 비교해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국 41개 의료기관이 사스 격리병원으로 지정됐으며 유사시 격리병상을 충분히 확보했다. 당시 한국은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이란 평가를 받았다.

만약 우리 정부가 국내 ‘우한 폐렴’ 방역에 미흡하면 2015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당시 겪었던 후폭풍이 재연될 수 있다. 메르스가 한국에서 유행하자 중국 유커의 방한이 뚝 끊기는 등 관광산업과 내수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고, 산업 전반적으로 경기위축을 피할 수 없었다.

메르스 사태로 2015년 상반기 우리 나라 경제성장율은 2.2%에 그쳤다. 메르스 사태가 일어나기 1년전인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인한 추모분위기로 내수가 영향을 받았어도 그 해 3.3%의 경제성장율을 보인것과 비교하면 메르스 사태의 직격탄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할 수 있다.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자 OECD는 한국의 경제성장율을 3.8%에서 3.0%, IMF는 3.3%에서 3.1%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다행히 하반기 메르스 사태가 2개월만에 종료되고 정부는 15조원 규모의 추경을 긴급 편성하는 등 경기활성화에 나서면서 2015년 하반기는 3.4%의 경제성장율을 가까스로 회복할 수 있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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