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확산되는 ‘우한 폐렴’ 공포… 국내 IT업계, 후폭풍 촉각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중국 허베이성 우한(武漢)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일명 '우한 폐렴')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IT업계도 사태 확산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국내 IT업계는 지난 2002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주요 전염병 창궐 시기, 국내 경기 침체로 인한 직간접적인 후폭풍을 경험한 바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의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중국에 현지 법인이나 지사, 공장(제조시설)을 운용하고 있는 일부 IT기업들은 설 연휴임에도 불구, 비상 연락망을 가동하면서 현지 상황을 공유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현재(25일 기준)까지 이번 폐렴으로 중국내에서 41명이 사망했으며, 확진자는 1300명 수준이다. 이번 주 중국내 인구 이동이 많은 7일간의 춘제(1월24일~1월30일) 기간과 겹쳤기때문에 확진자는 중국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도 우한 폐렴 확진자가 나오면서 CNN 등 주요 외신들도 '우한 폐렴' 상황을 속보로 전달하고 있다.
중국 우한시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가 격리되는 동영상.<유투브 캡처>
중국 우한시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가 격리되는 동영상.<유투브 캡처>

현재로선 춘제 기간이 끝난 시점에서 중국 당국의 발표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춘제 기간중 중국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미 유럽, 동남아 등지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우리 외교부는 25일 중국 후베이성에 체류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철수권고를 내렸다. 중국 우한시를 포함한 후베이성 전역에 대한 여행경보를 기존 2단계(여행자제)에서 3단계(철수권고)로 상향조정했다. 우한시가 봉쇄됐기 때문에 사실상 4단계인 흑색경보(여행금지)나 마찬가지다. 국내를 연결하는 우한시 직항 노선은 운행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과거 대규모 전염병 사태시, 국내 IT업계에선 다양한 형태의 비상대응이 속출했다. 가급적 대면 행사를 줄였고, 중국 등 현지 활동이 위축됐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당시, 국내에선 회사 전체가 임시 휴무에 들어간 사례도 있다.

◆IT업계, 설연휴 이후 마케팅 활동 위축 우려

또한 신종플루 사태 당시 국내 한 대형 포털업체는 직원중 한 명이 신종플루 감염 확진자로 판정되자 해당 층을 사용하는 직원 전원이 재택근무에 들어간 사례도 있다. 확진자로 판정될 경우, 완치 판정 등 상황이 완료될 때까지는 현장 업무 복귀가 어렵기 때문에 정상적인 기업활동에 지장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물론 국내 기업들은 전염병 사태 발생시, 가급적 초기에 강력한 대응을 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을 중시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감염자 격리병원을 공개하지않고 쉬쉬하는 바람에 전염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설연휴가 끝나고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었던 국내 IT업체들의 입장에선 지금 상황이 달갑지 않다.

신종 전염병이 유행할때마다 사내에 감염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당시 기업들은 가급적 직원간의 대면접촉을 간소화하기위한 ICT장비 도입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신종플루 사태 당시는 기업들이 업무 연속성 확보를 위한 인트라넷 도입이 크게 늘어나기도 했다. 재택근무에 필요한 ICT장비 수요도 늘었고, 메신저, 화상회의 등을 통한 가상업무시스템도 강화했다.

하지만 국내 IT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상황은 이번 '우한 폐렴'사태가 연쇄적으로 중국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나아가 글로벌 IT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는 것이다. 살아나는 반도체 수요가 꺾이며 국내 주요 IT기업들의 대중국 수출이 다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갈등 이은 또 하나의 '중국발 악재', 올해 우리 경제 변수

지난 2년간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큰 어려움을 겪은 상황에서 다시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난 것이다. 정부는 반도체 수출 회복을 계기로 올해 경제성장율을 2%대로 잡고 있지만 중국 폐렴 사태가 조기에 진정되지 않는다면 목표치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지난해 우리 나라는 5424억 달러의 수출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전년(2018년) 6048억 달러와 비교해 10.3% 감소한 수치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수출 감소로, 특히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이 16% 급감했다. 우리 무역의존도가 큰 중국에서 일어난 돌발 변수라는 점이 뼈아프다.

한편 신종플루, 메르스 사태 당시 국내 경기의 침체도 피할 수 없었다. 경기침체를 예상한 기업들이 IT비용 지출을 줄임에 따라 연쇄적으로 B2B 비즈니스 비중이 큰 IT기업들의 실적도 약세를 보인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9년, 2014년 전염병이 창궐했을 당시의 국내 IT기업들의 실적은 대부분 약세를 보인 바 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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