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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열린 '금융 데이터' 거래시장…승부는 지금부터

박기록
* 본 기사는 <디지털데일리>가 2019년6월말 발간한 <디지털금융 혁신과 도전, 2019년 특별호>에 게재된 '금융 빅데이터 시장 전망'과 관련한 내용중 일부를 업데이트해 편집한 것입니다.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9일 '데이터 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데이터 경제의 서막이 올랐다. 고객의 결제정보가 담긴 ‘금융 정보’는 경제적 가치가 매우 높다. 4차 산업혁명의 쌀로 불리는 '데이터'중에서도 금융 데이터는 핵심으로 꼽힌다.

앞서 지난해 6월, 금융위원회는 ‘금융분야 빅데이터 인프라 구축 방안’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이러한 금융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하지만 이는 데이터 3법중 하나인 '신용정보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전제로 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데이터 3법이 통과되지 못했다면 그저 보기좋은 그림에 그칠뻔했다.

또한 ‘금융 데이터’는 이제 더 이상 특정 금융회사가 단독으로 소유할 수 없다는 시대적 흐름도 주목해서봐야 할 관전 포인트이다. 금융 당국이 작년 12월까지 역점을 두고 추진해왔던 ‘오픈뱅킹’ 정책의 철학과 맥락을 같이한다. 정부는 EU 등 선진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테이터 개방’과 ‘데이터 이동권’을 우리도 적극 보장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데이터 중심 경제’로 한발 더 진입하겠다는 전략이다.

금융 당국이 지향하고 있는 ‘금융분야 빅데이터 인프라’ 구축 방안은 크게 ▲금융 빅데이터 개방시스템의 구축 ▲금융 데이터 거래소 운영 ▲‘데이터 전문기관’의 출범이다.

그동안 시차를 두고 금융 당국은 금융분야 데이터활용 및 정보보호 종합방안(2018.3), 금융분야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방안(2018.7), 데이터경제 활성화 규제혁신(2018.8월),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방안(2019.2)등 세밀한 정책 수립과정을 거쳤다.

‘금융 빅데이터 개방시스템’(CreDB)은 2019년6월부터 가동에 돌입 = ‘금융 빅데이터 개방시스템’은 신용정보원의 주도로 국내 금융권에 축적된 양질의 데이터를 핀테크, 학계, 일반기업 등에 개방되며 작년 6월4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DB의 성격에 따라 개방시기는 약간씩 다르다.
‘일반 신용 DB’서비스는 6월4일부터 제공됐고 교육용 DB는 2019년 하반기 중으로, 보험신용 및 기업신용 DB는 2019년 말, 맞춤형 DB서비스는 2020년 상반기 중으로 공개된다. 핀테크·스타트업등은 그동안 비즈니스에 활용할 금융데이터가 크게 부족했었는데 이번 ‘금융 빅데이터 개방시스템’의 가동으로 큰 해갈이 됐다. 이번 금융정보 공개로 핀테크 기업들이 중금리 대출 신용평가모형 개발, 인슈테크·로보어드바이저 개발 등에 활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은 지난 2014년부터 ‘보건의료 빅데이터 개방시스템’을 운영해오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美 연방주택금융청(FHFA)와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이 공동으로 주택담보대출에 관한 데이터를 샘플링(전체 5%)하여 제공하고 있다. 또 핀란드는 휴대폰 산업 침체 이후 의료 빅데이터 개방시스템 ‘핀젠’ (50만명 유전자 정보) 구축해 헬스케어·바이오를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금융 빅데이터 개방시스템’(CreDB)은 신용정보원에 집중된 정보를 비식별 조치해 핀테크 기업, 금융회사, 교육기관 등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신용정보원은 5,000여개의 금융회사로부터 약 4,000만 명의 신용정보를 집중하여 관리하고 있다.

수요자는 ‘원격분석 시스템’을 통해 직접 CreDB를 분석하고 그 결과물을 반출하여 활용할 수 있다. 단, DB자체의 반출은 허용되지 않는다. CreDB에 제공되는 표본DB는 일반신용, 보험신용, 기업신용 등 민간의 수요가 많은 항목에 대해 샘플링(5%, 약 200만) 후 비식별 처리한 데이터셋이다. 이 중 '일반신용 DB'는 약 200만명에 대한 대출, 연체 및 카드개설정보 등 25개 속성으로 구성됐다. 순차적으로 대출금리,상환방식, 카드실적 속성을 확대할 계획이다.

‘보험신용 DB’는 보험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보험개발원과 신용정보원이 협업하여 구축했다. ‘맞춤형DB’개별 이용자의 분석 목적에 맞는 정보를 추출해 분석환경을 제공하게 된다. 이용기관이 선택한 항목, 조건 등에 따라 샘플링 비율을 표본DB보다 확대함으로써 빅데이터 분석의 실효성을 보다 높였다. 표본DB는 전체 데이터 모수의 5%, 맞춤형DB는 조건화된 데이터 모수의 20%를 대상으로 한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AI산업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딥러닝에 필요한 대량의 기초 데이터를 지원함으로써 데이터경제 전환과정에서 AI 관련 개발을 촉진시킬 것이란 관측이다.

영국은 오픈 데이터 로드맵(Open data RoadMap, 2015)마련, 범정부적 데이터 개방 추진해왔으며, 미국은 연방 데이터 전략(Federal Data Strategy, 2018)을 통해 연방정부 차원의 데이터 개방 추진하고 있다.

②‘금융 데이터 거래소’, 올해 상반기 가동 예정 = 금융보안원을 통해 2019년 말까지 데이터거래가 시범 오픈되고 2020년 상반기 중 본서비스가 시작된다.

‘금융 데이터거래소’는 국제석유거래소(IPE), 한국전력거래소(KPX) 등과 같이 데이터를 사고파는 인프라다. 데이터는 디지털 시대의 핵심자원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석유·전력등과 같은 유통시장이 형성되지 않았었다. 데이터 거래를 위해서는 안전한 활용에 대한 신뢰가 필수적인 만큼 이 역할을 금융보안원이 맡게된다. 금융보안원에 비식별정보, 기업정보 등의 데이터를 공급자와 수요자가 상호 매칭해 거래할 수 있는 중개시스템 구축한다.

일단은 금융권과 기타 산업을 연결하는 개방형 데이터거래소 구축이 목표다. 금융보안원은 정부 유관부처(과기정통부 등)와의 협업을 통해 데이터 거래과정 전반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매칭기능 외에 데이터 가격체계 마련, 표준화·규격화 지원, 데이터 전송 및 보안 등을 종합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핀테크, 헬스케어, 모빌리티 등 신산업분야는 데이터를 매개로 하는 이종산업 간 융합이 성장의 핵심요소이기 때문에 금융 데이터거래소가 활성화되면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가 창출될 수 있다. 미국, 중국 등은 데이터 유통시장을 통해 데이터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AI 등 신산업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2,500개 이상의 데이터 중개상(Data broker)이 FTC 규정 등에 따라 민간·공공부문의 데이터를 수집·결합해 판매하고 있다. 구글·페이스북 등 거대 IT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데이터 중개상을 통해 연구개발 등에 필요한 데이터를 거래하고 있다.

IDC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데이터 거래 규모는 약 1,500억 달러에 달한다. 중국은‘귀양 빅데이터 거래소’와 민간·공공이 공동으로 지원하는 ‘데이터 거래 지원센터’(상해, 북경, 심천)를 운영하고 있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약 2,000여개 기업이 회원사로 데이터를 거래중이다.

③‘데이터 전문기관’ 역할 강화 = 데이터전문기관의 설립은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시행에 들어가면 즉시 법령상 요건을 갖춘 데이터 전문기관을 금융위원회가 지정할 수 있다. 지정된 데이터 전문기관이 데이터결합·적정성평가 등의 업무를 전담하게된다. 데이터를 매개로 다양한 형태로의 이종 산업 간 융합을 촉진하고, 중장기적으로 민간에서 자생적인 데이터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관련 산업과 협업관계를 형성하고 지원 기능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앞서 금융 당국은 ‘신용정보법’ 개정안(2018.11월 발의) 등에서 ‘데이터 전문기관’을 도입하고 그 전문기관을 통해서만 기업 간 데이터 결합을 허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한편 신용정보법 개정안에서는 개인정보 처리 시 비식별 조치 수준에 따라 익명정보 및 가명정보로 구별하게 된다. 전문기관에서 익명조치에 대한 적정성 평가를 수행하여 데이터 활용에 관한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안전한 활용을 지원한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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