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일본산 액체 불화수소가 국내로 들어온다. 일본 수출규제 이후 첫 사례다. 자국 업체 매출 급감,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등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스텔라케미파가 양산한 액체 불화수소의 한국 수출을 허용했다. 스텔라케미파는 세계 1위 불화수소 업체다. 고순도 불화수소 시장에서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한다.
이번 허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주문한 물량에 관한 것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관련 요청에 대해 서류 보완을 이유로 수출 반려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7월4일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 수출심사를 강화했다. 대상 품목은 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감광액),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8월 초 감광액 수출을 시작으로, 같은 달 기체 불화수소(에칭가스)까지 허가했다. 9월에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도 반출을 승인했다. 이어 액체 불화수소까지 허용한 것이다.
일본 정부의 결정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스텔라케미파의 7~9월(일본 회계기준 2분기) 실적 폭락이 눈에 띈다. 일본 수출규제가 시작된 시점이다. 이 기간 매출액 74억600만엔(약 795억원), 영업이익 1억4800만엔(약 1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21%, 88% 줄어든 수준이다.
기존에 스텔라케미파는 불화수소 물량의 60% 정도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공급해왔다. 하지만 지난 7월 이후 한국 업체에 수출하지 못한 상태다. 관련 정책이 직격탄으로 날아왔다. 일본 소재 업체들이 불만을 품는 이유다.
향후 한국과의 WTO 분쟁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오는 19일 양국은 2차 양자협상을 앞두고 있다. 수출 신청에 대한 심사과정은 90일로 규정돼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허가를 미루면, 부당한 수출 통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경제 보복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전략적 선택이다.
한편 국내 반도체 업계는 불화수소 공급선 다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솔브레인, 램테크놀러지 등은 불화수소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울러 일본 업체 관련 합작 회사 등을 통한 우회적인 공급 루트를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