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SK실트론이 일본 수출규제에도 순항하고 있다. 폴리실리콘, 불화수소 등 실리콘웨이퍼 소재의 공급처를 다변화한 덕분이다.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투자액도 대폭 늘어났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실트론은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을 일본, 미국, 독일 등에서 공급받고 있다. 폴리실리콘은 웨이퍼 및 태양전지 기판의 원재료다. 주요 성분인 규소(Si) 순도에 따라 사용처가 나뉜다. 반도체용은 일레븐나인(99.999999999%), 태양전지용은 식스나인(99.9999%)이다.
지난달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 규제 품목 확대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일본 도쿠야마가 공급하는 고순도 폴리실리콘도 규제 가능성이 있는 소재로 꼽혔다.
SK실트론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공급처를 다변화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미국 독일 세 나라에서 공급받는 폴리실리콘 물량은 균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체 OCI에서도 일부 매입을 하고 있다. 폴리실리콘 재고도 많이 확보한 상태다.
불화수소 역시 수급에 차질 없을 전망이다. SK실트론은 국내 솔브레인, 이엔에프테크놀로지 등으로부터 불화수소 전량을 납품받고 있다.
SK실트론은 대내외 시장 불확실성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지난 2017년 8월 SK그룹 편입 이후 1조5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설비투자 및 생산능력(CAPA, 캐파) 강화를 위해서다. LG그룹 시절 2014~2016년 동안 투자액이 20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최근에는 차세대 먹거리 발굴을 위한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듀폰의 실리콘 카바이드(SiC) 웨이퍼 사업부 인수안을 의결했다. 인수 금액은 4억5000만달러(약 5360억원)다. SK실트론의 지난해 매출(1조3462억원) 3분의 1을 넘는 수준이다.
SiC 웨이퍼는 실리콘과 탄소를 높은 온도로 가열해 제조한 인공 화합물인 탄화규소로 제작한다. 기존 실리콘 웨이퍼보다 전력 변환 손실은 10분 1 수준이다. 크기는 5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전기차, 우주 산업 등에 활용될 전력반도체 웨이퍼로 적합하다. 포스트 웨이퍼로 불리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SK실트론은 웨이퍼 시장 후발주자지만,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성장 속도를 높이고 있다”며 “향후 일본 업체를 위협하는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