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반도체 업황 부진이 여전하다. 다만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메모리 수요 회복세 전망이 나온 것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시장을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 삼성전자, 인텔, SK하이닉스 등 국내외 반도체 제조사들이 공통적인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 메모리 시장은 데이터센터 고객사들 재고 조정 이후 일부 재고 확보용 수요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인텔 밥 스완 최고경영자(CEO)는 실적발표 당시 “그동안 노력한 포트폴리오 개선이 성과를 냈다”면서 “데이터 중심 비즈니스가 호조를 보였다”고 언급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상반기 동안 뚜렷한 수요 회복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던 데이터센터 고객의 D램 재고 수준이 점차 정상화됐다”며 “일부 고객들이 구매 물량을 확대했다. 중화권 고객의 서버향 수요도 증가세”라고 말했다. 마이크론, AMD 등도 실적과는 별개로 PC 및 서버 수요가 늘고 있음을 인정했다.
삼성전자, 인텔,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하락했음에도 반등 기미를 보인 부분은 의미가 있다. 고객사인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등은 메모리 재고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등 신규 데이터센터를 짓는 업체 관련 물량 공급도 대기 중이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 자료를 봐도 같은 흐름이다. 2019년 3분기 글로벌 반도체 매출은 1067억달러(약 123조8147억원)다. 올해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2분기(982억달러) 대비 8.2% 늘었다. 호황기였던 지난해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상승하는 추세다.
데이터센터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 메모리 사재기를 할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데이터양이 늘어나는 만큼 서버 수요 증가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시장 불확실성에 따른 우려도 존재한다. 메모리 반등 시기를 성급하게 판단할 수 없다는 의미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등 변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대외환경 이슈 관련 불확실성 상존 및 최근 수요 증가 원인으로 파악되는 일부 고객사 재고 확충이 2020년 이후 어떻게 전개되는지 세밀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SK하이닉스는 “최근 개선되고 있는 수요 흐름은 긍정적이지만, 올해 지속된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한 수요의 변동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들은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IHS마킷과 가트너는 2020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각각 전년대비 8%, 10.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