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인텔과 AMD의 중앙처리장치(CPU)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추격자 AMD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치열한 경쟁은 CPU 가격 하락으로, 저가 공세는 수요 회복으로 이어진다. 덕분에 D램 업황 개선까지 기대된다. 메모리 업체에 호재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10세대 코어 i9 시리즈의 가격을 대폭 낮췄다. 18코어 제품 가격은 1979달러에서 979달러로 인하했다. 반값으로 줄인 것이다. 14·12·10코어 제품도 40% 이상 내렸다.
인텔은 가격 인하에 대해 게이밍과 크리에이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AMD가 급부상한 데 따른 조치일 것으로 분석했다.
AMD는 7나노 공정을 선제적으로 도입,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AMD는 이 공정을 도입한 CPU를 지난 7월 출시했다. 인텔은 지난달 10나노 노트북용 프로세서를 출시한 상태다. 데스크톱용은 아직이다.
점유율에서도 AMD의 상승 기류를 볼 수 있다. 서스쿼해나 파이낸셜 그룹에 따르면 AMD의 올해 3분기 데스크톱 프로세서 시장 점유율은 20%다. 전년동기대비 대비 3% 올랐다. 크리스토퍼 롤랜드 서스쿼해나 애널리스트는 “최근 시장 트렌드가 AMD에 긍정적인 반면 인텔에는 다소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양사는 여론전까지 펼치고 있다. 지난달 AMD는 국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텔은 더 이상 마켓리더가 아니다. 현재 세대 제품은 기술 한계에 도달했다”고 저격했다. 인텔 역시 독일에서 행사를 개최하고, “인텔의 10세대 코어 프로세서 그래픽 및 인공지능(AI) 성능은 AMD의 7나노 제품보다 우위에 있다”고 피력했다.
두 회사의 치킨게임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제조사에 희소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가격에서 우위였던 AMD를 견제하기 위해 인텔도 CPU 가격을 내리고 있다”며 “이는 PC 수요 회복으로 이어지고, CPU와 세트인 D램 판매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메모리 가격 변동 추이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떨어진 D램 가격은 지난 7월부터 하락세를 멈췄다. 낸드플래시 역시 같은 달부터 반등에 성공했다. 메모리 재고 소진에 속도가 붙었다는 의미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업체들이 보유한 재고가 2019년 말까지 대부분 출하될 것이다. 2020년 초에는 D램과 낸드 모두 정상화된 재고 수준을 보일 전망”이라며 “인텔과 AMD의 경쟁으로 PC와 서버 수요도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