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고나가는 TSMC, 문제없는 삼성전자…업계 “단순 비교 어렵다”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도전이 험난하다. 업계 1위 TSMC가 굳건한 탓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비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사업 방향성, 업력이 다른 만큼 평가하기 이르다는 의미다.
3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TSMC와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은 각각 50.5%, 18.5%다. 가장 근접했던 지난 1분기(29% 차이)에 비해 격차가 3% 늘었다. 지난 4월 삼성전자가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한 뒤, 오히려 거리가 멀어진 것이다.
삼성전자는 극자외선(EUV) 공정을 선제 도입,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EUV 기술을 통한 7나노미터(nm) 제품도 세계최초로 출시했다. 지난 2017년부터 TSMC와 차이를 좁혀가며, 지난 1분기 수준까지 쫓아갔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매년 5조원을 파운드리 생산시설에 투자할 계획이다.
TSMC도 가만있지 않았다. 올해 설비투자액을 110억달러(약 12조8370억원)에서 최대 150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이 가운데 80% 정도를 초미세공정에 활용한다. 대만 남부 타이난 산업단지 등에 EUV 생산라인을 추가할 계획이다. 인력도 대폭 늘린다. TSMC는 연내 3000명 이상을 채용할 예정이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양사는 7나노 이후 5나노, 3나노 등 차세대 공정 개발 소식까지 앞다퉈 전하고 있다. ‘나노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파운드리 전쟁은 심화될 전망이다.
점유율 변화에서 알 수 있듯 분위기는 TSMC가 앞서있다. EUV 공정 관련 발 빠른 대처로 고객사들을 잃지 않았다. 태생적으로도 TSMC가 유리하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가 주력 사업이 아니다. 메모리반도체, 시스템반도체, 스마트폰 등을 양산한다. 그만큼 경쟁사도 많다. 퀄컴, 화웨이, 애플 등은 경쟁 업체이면서 파운드리 고객이다. TSMC는 자체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 글로벌 업체들이 TSMC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삼성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다만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생각이 달랐다. 두 회사를 1:1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안기현 상무는 “고객사 입장에서는 싸고, 품질 좋은 곳으로 가는 것이 당연하다. 얽힌 관계는 중요하지 않다”며 “양사의 첨단 제조공정 기술은 같은 수준이다. 점유율 차이는 후발주자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제조 종류가 부족한 탓이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고 분석했다.
한양대학교 박재근 교수는 “삼성과 TSMC 사업은 엄연히 다르다. 삼성은 시스템LSI사업부 운영하지만, TSMC는 그렇지 않다”면서 “파운드리라는 큰 틀에서 비교할 수 있겠지만, 방향성이 달라서 같이 언급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 역시 “시스템반도체 분야는 너무 넓다. 두 회사를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다. 반도체 시장은 기술 경쟁하면서 엎치락뒤치락하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실시한 ‘2019년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이 문제없음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에 EUV 공정을 도입한 이후 안정적 수율을 기록하고 있다”며 “예정대로 4분기 고객 신규 추가해서 공급 확대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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