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체불가 소재 장비 다수…삼성전자·SK하이닉스, 차질 우려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국내 반도체 업계가 극자외선(EUV) 공정 전환 과정에서 암초를 만났다. 일본 수출규제 탓이다. 그 사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분야 1위 TSMC는 투자를 늘리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출시하는 갤럭시노트10에 7나노미터(nm) EUV 공정을 적용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탑재한다. 지난 4월부터 삼성전자는 7나노 공정 적용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오는 2020년부터는 화성캠퍼스 EUV 전용 라인을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D램 생산에 EUV공정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말 EUV 전용 공장인 M16 착공계획을 밝혔다. 오는 2020년 10월 완공 예정이다.
EUV는 빛의 파장이 기존 불화아르곤(ArF) 공정 대비 14분 1의 수준이다. 세밀한 회로를 그릴 수 있다. 반도체는 미세 공정을 통해 웨이퍼당 생산 효율과 제품 성능을 개선한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지난 4일부터 일본 정부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감광액) 등에 대한 한국 수출허가를 강화했다. 특히 감광액은 일반용이 아닌 EUV용으로 한정했다. EUV용 감광액은 초고순도가 필요하다. 일본 신에츠, JSR, 도쿄오카공업 등이 공급한다. 대체 불가다. 국내 업체는 동진쎄미켐, SK머티리얼즈, 금호석유화학 등이 개발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첨단 기술이 필요한 제품이다. 완성되는 데 수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예고한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한국 제외도 걸림돌이다. 이 리스트에서 빠지면 일본 기업은 한국에 수출할 때 당국 허가를 일일이 받아야 한다. EUV 관련 품목은 블랭크 마스크, 실리콘 웨이퍼, 펠리클, 반도체 장비 등이 있다.
EUV용 블랭크 마스크는 일본 호야가 독점 납품한다. 블랭크마스크는 반도체 웨이퍼에 빛으로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에 사용되는 포토마스크 원재료다. 국내 에스앤에스텍이 블랭크 마스크를 생산하지만, EUV용은 아직이다.
실리콘 웨이퍼 역시 일본 영향력이 크다. 지난해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일본 신에츠와 섬코가 실리콘 웨이퍼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27%), 2위(26%)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SK실트론은 5위(9%)다. 미세공정 난이도가 높은 최첨단 제품의 경우 일본산 웨이퍼를 사용한다.
펠리클은 포토마스크 오염을 막고 수명을 연장하는 역할을 한다. 아직 EUV용 펠리클을 납품하는 업체는 없다. 국내외에서 개발 중이다. 네덜란드 ASML은 일본 미쓰이화학과 EUV용 펠리클 관련 라이센스를 체결했다. ASML은 EUV 장비 유일 제조사다.
반도체 장비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예를 들어 웨이퍼를 평평하게 다듬는 화학기계연마(CMP) 장비는 88%, 감광액의 부착력을 높이는 베이커 장비는 99% 일본에 의존한다. 국내 케이씨텍 등이 생산하고 있지만 기술력 차이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EUV 핵심 소재는 현재 일본 기업 외 마땅한 공급처가 없다”면서 “기존 ArF 장비를 활용한 멀티패터닝 공정을 고도화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TSMC는 EUV 공정 강화에 나선다. 올해 투자금액 110억달러(약 13조원) 중 80%를 초미세공정에 활용한다. 대만 남부 타이난 산업단지에 새로운 EUV 생산라인을 건설할 계획이다. 인력도 대폭 늘린다. TSMC는 연내 3000명 이상을 채용할 예정이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출규제가 장기화되면 EUV 공정 전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되지 않으면 국내 업체들은 자연스럽게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