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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제2의 듀랑고’를 기다리며

이대호
‘야생의 땅: 듀랑고’ 게임 이미지
‘야생의 땅: 듀랑고’ 게임 이미지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넥슨이 오는 12월18일 모바일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 서비스를 접는다. 듀랑고는 오랜 기간 자체 개발을 거쳐 지난 2018년 1월 야심차게 첫 발을 내딛은 게임이다. ‘공룡시대 생존과 탐험’이라는 흔치 않은 소재를 다뤄 세간의 많은 주목을 받았으나 출시 2년을 넘기지 못하고 아쉬운 결말을 맞게 됐다.

듀랑고는 흔한 성공 방정식을 따르지 않은 게임이다. 굳이 어려운 길을 만들어갔다. 이용자 친화적인 이른바 착한 과금모델(BM)도 눈길을 끌었다. 그러한 점에서 업계도 이용자들도 듀랑고의 시도를 높이 사고 있다.

그러나 ‘강한 놈이 오래가는 게 아니라 오래가는 놈이 강한 거더라’는 생활 철학적 표현을 대입해본다면 듀랑고는 절반의 성공을 이룬,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반쯤 실패한 게임이다. 마니아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이끌어냈지만 대중적으로 누구나 좋아할만한 재미를 구현하지 못했다.

지금 시점에서 듀랑고를 반추(反芻)하는 이유는 ‘제2의 듀랑고’가 끊이지 않고 나와 줬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물론 제2의 듀랑고는 형을 넘어서 오래갈 수 있는 듀랑고였으면 한다.

하지만 업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중국 진출이 원천 차단되는 등 대외 여건이 좋지 않아 일단 살아남는 것이 업계 최우선 가치로 자리 잡게 됐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대형사들도 실험적 시도보다는 매출 확보를 위한 전략 타이틀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점점 제2의 듀랑고를 보기가 힘들어지는 상황이다.

게임과 같은 흥행 산업인 영화도 대중과 평단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기가 쉽지 않다. 이런 영화는 가뭄에 콩 나듯 하는 것이 현실이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듀랑고처럼 개성 뚜렷한 게임이 대중에게 인정을 받아 매출까지 잘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기자만의 욕심일까. 넥슨에서 해답을 보여줬으면 한다. 듀랑고를 개발·서비스하면서 겪었던 소중한 시행착오의 경험이 차기 프로젝트에 녹아들지 않을까 한다. 지금은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지만 머지않아 넥슨의 저력을 보여주리라 기대해본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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